학생 앞 보란듯 ‘교육부 해체’ 서명…트럼프, 욕먹어도 강행하는 이유

백악관 “미국 학생들 학업 성취도 떨어져”

트럼프, 자신이 지명한 장관 앞에서 서명

NYT “학업 성취도 하락, 장기적 추세 아냐”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교육부 축소를 목표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헌법에 따라 교육부를 폐쇄할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를 압박해 폐지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학생들이 둘러싸인 현장에서 교육부 해체를 목표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교육부 폐쇄를 추진하는 근거는 국가교육진도평가(NAEP) 결과다. 1970년대 교육부가 세워진 후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이 245%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 성취도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교육부는 1979년 의회 입법으로 신설됐고, 미국 전역 공립학교 10만개와 사립학교 3만4000개를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적인 사례로 공립학교의 수학과 독해 점수는 하락했다며 “교육비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육 수준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부가 엉뚱한 곳에 돈을 쓴다고도 주장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교육부는 급진적 이념을 교육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집중된 보조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낭비했다”며 그 사례로 인종 차별 및 성 정체성 교육을 들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학생들과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 앞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했다. 그는 “내 행정부는 교육부를 폐쇄하기 위한 모든 합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교육부를 가능한 한 빨리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빈약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1970년대와 유사하다는 주장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업성취도가 급격한 하락을 겪긴 했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인용한 NAEP 결과에서 1978년대 13살은 18%만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2012년에는 그 비율이 34%로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NYT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꾸준히 상승했다”며 “197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수학 성적은 상당한 개선을 보였다”고 행정명령 내용을 반박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의회를 거치지 않고 교육부 해체가 진행될 경우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현행법상 교육부를 폐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교육부 폐지 같은 안건에는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공화당 소속 53명이 모두 찬성해도 표가 부족하다.

현재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사라질 경우 학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미국 공립학교 지원금의 85%는 주 정부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부담하고 있으나 특수학급 교사의 임금이나 낙후된 인프라 시설 교체 등은 교육부가 지원하고 있다. 1조 6000억 달러(2330조원) 규모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 역시 교육부 소관이다.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를 찍은 부모를 둔 가난한 시골지역 어린이들을 포함해 양질의 교육을 위해 연방 지원에 의존하는 수백만 어린이들에게 어두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위헌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교육부 해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위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NYT는 “미국 정부에서 각료급 부처가 완전히 폐지된 사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없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의회의 권한에 도전하는 조처를 해왔다. 현행법상 금지된 조치이며, 헌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