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AMRO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 발표
“내수 회복 예상되지만…美정부 관세 영향”
정치적 불확실성 기업·소비자 심리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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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아세안+3거시경제기구(AMRO) 경제협력 및 금융안정 포럼의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아세안(ASEAN)+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끌어내렸다. 탄핵 정국 속 극심한 내수 부진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악화 우려를 전망 하방 요인으로 명시했다.
암로는 21일 발표한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언급했던 1.9%보다 0.3%포인트 내린 수치다.
암로는 “단기적으로 통화정책 완화와 제조업 투자 회복에 따라 내수 회복이 예상되지만 수출 모멘텀은 IT 경기 하강과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인해 완화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 관세의 영향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암로는 아세안+3 역내 금융안전망인 다자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를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회원국과 연례협의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발표한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암로 연례협의단은 정부기관·연구소 등과 면담한 뒤 12월에 한국의 성장 전망을 2.1%에서 1.9%로 조정한 바 있다.
암로까지 전망치를 끌어내리면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1%대 중반이 대세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대폭 내렸다. 앞서 한국은행(1.5%), 한국개발연구원(KDI·1.6%), 정부(1.8%), 국제통화기금(IMF·2.0%) 등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암로는 우리 경제 성장 전망 하방 리스크로 ‘비상계엄 사태 여파’를 콕 집어 언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들이 관망 태도를 취하는 등 단기적 총수요 전망에 대한 추가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 ▷미국의 가파른 관세 인상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저소득 가구의 부채 상환능력 ▷비은행금융기관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도 위험요인 및 취약점으로 거론했다.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은 작년(2.3%)보다 0.4%포인트 하락한 1.9%로 예상했다. 국내 식료품 가격 안정화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 둔화 추세 등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암로는 중동·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갈등 심화, 이상기후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 유류세·전기요금 조정 등을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암로는 내수 회복을 위해 통화 긴축정책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책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기존 가계 채무자들의 이자부담 완화 측면에서 내수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다주택 또는 투기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채무자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담보인정비율(LTV)은 유지하되, 주택 실수요를 지원하려면 최초 주택 구입자를 상대로 한 LTV 정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비롯해 제조업 부문의 역동성 강화, 출산율 제고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 연금·건강보험 개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