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시 구매 2년 연속 증가…전체 시 구매자 중 약 20% 차지
판매량 증가세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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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집 베스트셀러 내 1020세대 인기 도서. [예스24]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짧고 강렬한 숏폼이 익순한 시대에 함축된 언어로 인간의 감각을 섬세히 그려내는 ‘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1020세대의 ‘시집’ 구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22일 예스24에 따르면 2023년 잠시 주춤했던 시 분야는 2024년부터 다시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시 분야 판매량은 지난해 46.4%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도 33.7% 상승했다.
시 분야는 전통적으로 50대가 구매 연령대 1위를 차지(2018~2025년)해 왔지만, 최근에는 1020세대가 약진하고 있다. 예스24 집계 결과, 1020세대의 시 구매 비율은 최근 6년 간 매년 증가해 2025년에는 2020년의 2배에 가까운 약 20%를 기록했다. 한국 시와 해외 시를 합친 시 종합 구매 비율은 2020년 11.7%에서 2025년 19.2%로, 한국 시 구매 비율은 같은 기간 12.7%에서 20.1%로 상승했다.
특히 독서가 힙하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킨 ‘텍스트힙’ 열풍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1020세대의 시집 구매량이 급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한국 시 분야 구매량은 전년 대비 64.5% 증가했다. 1020세대의 시 분야 판매량 증가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나 연재 플랫폼을 통해 1020세대 팬덤을 확보한 작가들의 인기가 이러한 현상의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감성이 1020세대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고, 인상적인 문장을 SNS로 공유하는 문화로 해당 작품들이 널리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1020세대 베스트셀러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MZ세대 시인의 시집이 전체 베스트셀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명한 기성 시인의 작품이 시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던 2023년과 달리, 올해는 젊은 작가의 시집 3권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고선경 작가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가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고, 차정은 작가의 ‘토마토 컵라면’이 9위를 차지했다. 해당 도서들의 1020세대 구매 비율은 각각 60.9%, 51.9%, 45.9%에 달했다.
더불어 백은별(‘기억하는 한 가장 오래’), 유선혜(‘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유수연(‘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이제야(‘진심의 바깥’) 등 젊은 시인들이 1분기 시집 베스트셀러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두 거장이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K-문학의 존재감을 과시한 것도 시집의 인기에 한몫했다.
지난해 3월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수상한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은 2024년에만 전년 대비 12배 급증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상작인 ‘날개 환상통’뿐만 아니라 2022년에 출간된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도 올해 들어 판매량이 441.7% 증가했다.
지난해 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작가가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10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2024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8위에 등극했다. 2024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67배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전년 동기 대비 43배 오른 판매량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