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尹탄핵심판 결론 고심…절차 쟁점·의견 조율에 ‘장고’

헌재 ‘최우선처리’ 방침 선회
李대표 형사재판 선고와 시간적 근접해져
선고일 두고 ‘정치적 해석’ 경계 목소리도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한 뒤 사실상 매일 평의를 열고 있으나, 한 달 가까이 선고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최우선 처리’ 방침을 밝혔던 것과 달리, 다른 사건들을 먼저 선고하는 배경에는 재판관들 간의 최종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차 쟁점·사실관계 확정 고심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단순히 선고 시점과 순서를 조율하는 차원을 넘어, 인용인지 기각·각하인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헌재 내부 평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전·현직 헌재 관계자와 헌법 재판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들이 세부 쟁점, 특히 절차적인 쟁점에 관해 추가 검토 중일 것이라는 추정이 주로 나온다. 특히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절차적 쟁점이 유례없이 많았다는 점에서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가능 여부 ▷‘내란죄 철회’ 논란 ▷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채택 ▷ 국회 일사부재의 원칙 준수 여부 등이 거론된다. 변론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평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다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 채택 문제는 헌재 판단의 기초 재료가 되는 ‘사실관계 확정’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헌재에서 상당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의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 진술이 엇갈린 곽종근 전 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헌재가 고심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조서와 증언한 내용 중 뭘 믿어야 할 것이냐, 더 근본적으로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게 맞는지 자체가 격론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관계 확정부터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사건 선고 먼저 진행…‘전원일치 조율’ 관측도


헌재가 선고를 미루는 또 다른 이유로, 재판관들이 의견 일치를 위해 시간을 더 들이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전원일치 결론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법정의견과 반대의견 간 지나치게 혼재되지 않도록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합의제 기관인 헌재 특성상 다양한 의견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쟁점이 비교적 단순한 다른 사건들을 먼저 선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및 검사 2인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졌고, 오는 24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건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 총리 사건 선고 이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도 조만간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선고일 발표와 실제 선고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 평결 내용의 보안 유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선고 2~3일 전쯤 선고일이 공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정상 윤 대통령 사건 선고일은 이르면 26~28일경이 유력하다. 이와 맞물려 같은 날인 26일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항소심 판결과 선고일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부 일정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 내부 의견 정리가 우선이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와는 무관하게 깔끔한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역시 “탄핵심판의 본질과 무관하게 정치적 해석을 덧씌우려는 착시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