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간 방사청장 ‘KF-21 입장차’ 이례적 거론 [신대원의 軍플릭스]

석종건 청장, 印尼 기술진 수사 이후 첫 고위급 면담
印尼 국방차관 KT-1·T-50 우수성 언급 “협력 유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한국형전투기 KF-21(인니명 IF-X) 보라매 공동개발사업과 관련해 분담금 문제와 자료 유출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자료사진.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한국형전투기 KF-21(인니명 IF-X) 보라매 공동개발사업과 관련해 분담금 문제와 자료 유출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눈길을 끈다.

석 청장은 21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도니 에르마완 타우판토 인도네시아 국방차관을 만나 방산협력 현안과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방위사업청이 24일 밝혔다.

석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네시아의 방산분야 다양성과 잠재력을 고려해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도니 차관은 기본훈련기 KT-1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 한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성실한 계약 이행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인도네시아는 2003년부터 4차에 걸쳐 6400만 달러 규모의 KT-1 20대를 도입했는데 기체수명이 다한 12대의 기체보강을 위해 최근 수명연장사업을 계약했다.

또 2억4000만 달러 규모로 6대를 도입하는 T-50 2차 사업과 관련해선 작년 4차 중도금까지 정상 입금한데 이어 올해 중으로 1·2호기 납품과 5차 중도급 입금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석 청장은 “하지만 최근 일부 분야에서 입장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면담을 통해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현재 어려움을 극복해 양국 간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 기관장이 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대국과 입장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고, 정부 기관이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석 청장의 발언은 양국이 공동개발로 추진 중인 KF-21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차세대전투기를 국제 공동연구개발하기로 하고 탐색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시험비행을 비롯한 체계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이 재정난을 이유로 애초 1조6000억원의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줄이면서 기술이전 범위를 비롯한 기본합의서 개정이 필요한 형편이다.

여기에 작년 1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의 자료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난제에 난제가 겹친 형국이다.

인도네시아 측은 작년 9월 방사청에 기술진의 혐의가 해소된 뒤에야 기본합의서 개정 협의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보내오기도 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의 자료 유출과 관련해선 KF-21 기밀 등 민감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담금 축소에 이어 자료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 내 국민감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는 점이 문제다.

방위사업청은 석종건 방사청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도니 에르마완 타우판토 인도네시아 국방차관을 만나 방산협력 현안과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방사청 제공]


방사청은 “이번 면담에서 양국은 공동이익을 위해 KF-21 공동개발 협력을 지속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며 “분담금 납부 방안과 양국 간 공동개발 합의서의 조속한 개정에 대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 국영항공회사(PTDI)의 협력의지와 생산능력을 확인하고 IF-X 생산을 위한 요건을 충족하도록 상호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석 청장과 도니 차관은 KT-1 현지 생산과 헬기 정비·부품생산 등 방산협력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오는 6월 자카르타에서 개최되는 ‘인도디펜스’(INDODEFENSE)와 10월 개최 예정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등 양국 방산전시회에서 상호 교류를 약속하고 발전된 성과 창출에 동의했다.

석 청장은 “이번 면담은 인도네시아 기술진 수사 이후 첫 고위급 면담으로 그동안 다소 경색된 양국 방산협력 분위기를 전환시켜 정상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에서 KF-21 공동개발과 생산을 포함해 인도네시아와의 방산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기술이전 범위 등을 둘러싼 협상이나 인도네시아를 향한 곱지 않은 국민여론 설득 등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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