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슈퍼위크’ 지나면 원화가치 오를까

트럼프 취임후 원/달러환율 2.3%↑
원화가치 하락속도 20개국 중 2위
외환위기이후 최고…“상단 1490원”
환율, 코스피지수 상승 가능성 발목



원화의 가치가 정치 변동성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주요국 통화 대비 최약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사법 슈퍼위크’를 통해 국내 금융투자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헤럴드경제는 서울 외환 시장과 인베스팅닷컴 자료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전날까지 미 달러화 대비 주요 20개국(G20) 16개 통화와 아시아권 4개 통화의 가치 변동에 대해 분석했다.

이날 오전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 시장 종가 대비 7.00원 오른 146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 1467.70원과 비교했을 때는 2.00원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 1월 20일(1436.67원)과 비교했을 때 원/달러 환율은 2.30% 상승했다.

원화를 제외한 19개 통화 중 튀르키예 리라화(6.87%)만이 원화보다 통화 가치 절하 속도가 빨랐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는 4.80% 하락(109.35→104.10)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73년 3월 값을 100으로 기준을 정한 뒤 작성-발표하는 만큼 달러 가격의 국제 표준이 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주요 선진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 통화의 가치도 달러 약세와 비교해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분석 기간 미 달러화 대비 각국 통화 환율은 영국 파운드화 -4.61%, 유럽연합 유로화 -3.56%, 일본 엔화 -3.14%, 멕시코 페소화 -2.11%, 인도 루피화 -0.76%, 중국 위안화 -0.65%, 홍콩 달러화 -0.08% 등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작년 12월 초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직후 수준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50원 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였던 1998년 1분기(1596.9원) 이후 분기 평균 기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월별 평균으로도 지난해 12월(1436.8원), 1월(1455.5원), 2월(1445.6원)에 이어 3월에도 지난 14일까지 평균 1452.6원을 나타내면서 4개월 연속 1400원대 중반을 지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넉 달째 1400원대를 유지한 것 역시 외환위기 시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원화 약세 요인은 정치적 불안이란 내부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탄핵 관련 불확실성 장기화가 원화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선고기일이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하향 안정화 전망을 철회하고, 1·4분기 말 전망치를 1410원에서 145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심 선고 이후에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 기일이 또 공개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더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환율은 비상계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대통령 탄핵 결론이 어떻게 나든 그간 정치 불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외환시장에서는 위든 아래든 크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다음 주 상호관세 등 대외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있는 만큼 이번 주 환율은 전고점 수준인 148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달로 환율 상승세가 최근 이어졌던 코스피 지수 추가 상승 가능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날 외국인 순매수액은 174억원으로 직전 거래일(21일, 8457억원)의 5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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