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술 혁신·전자산업 발전 주도
위기 극복 일선에 나선 ‘소통형 리더’
25일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자타공인 TV 개발 전문가다. 삼성전자 TV 사업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이끈 주역이다.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이기도 하다.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맡는 등 30여년간 TV 개발 부서에서 일했다.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PDP TV, LCD TV, 3D TV, QLED TV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TV 제품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거나 주도했다.
2021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으며 TV뿐 아니라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며 국내외 전자산업 발전을 주도해 왔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탁월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사 차원의 위기 극복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우리의 다음 타깃은 ‘강한 성장’”이라며 ▷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설루션 등 4가지 핵심 영역을 제시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주력해 왔다.
작년 말 인사에서는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에도 힘써왔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 온 직원 글에 ‘JH(영문 약자) 노트’라는 댓글을 다는 등 ‘소통형 리더’로 꼽히기도 했다.
2022년부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을 맡아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춘 전자업계의 사업 재편 지원, 미래 전략 정책 제안 등의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제27회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KEA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주가 회복의 가장 확실한 열쇠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최근 주총 준비에 집중한 데 이어 주총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중국 출장길에 올라 중국 최대 가전 전시회 ‘AWE 2025’를 방문해 거래선과 미팅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가전(DA)사업부장도 맡고 있던 한 부회장은 당초 오는 26일에도 신제품 공개 행사인 ‘웰컴 투 비스포크 AI’에서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의 AI 홈 비전과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 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추모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