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비자면제, 관광업계 반대도 많다. “소탐대실”[함영훈의 멋·맛·쉼]

중국인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면제 추진 발표가 있던 날, 서울 명동거리 모습.[연합]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부가 지난 20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면제를 3분기 중 시행한다고 하자, 국내 관광업계에선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환영 일색일 줄 알았는데, 반대가 많아 의외이다.

당시 발표내용은 ‘방한 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면제를 3분기 중 시행’이었다. 다른 추가 내용은 없었다. ‘시범 사업’을 선행하려던 내용은 나중에 빠졌다고 한다.

국제관계, 국내 정서, 중국 현지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다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 내에서도 즉시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응한 두자릿수 업계 리더들 중 환영의 뜻을 표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지만, 늘 단서를 달았으며, 익명을 요구했다. 예상 보다 많은 업계 리더들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현재 중국 단체관광객은 한국거주 중국국적자 등 중국과 인연의 끈이 닿아있는 사람들이 중국전담여행사를 차리고 우리 정부 인가를 받아 배타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반대 혹은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업계 리더들의 의견은 대체로 ▷방한여행상품 품질 저하, ▷타국 방한객 규모의 상대적 정체 혹은 감소, ▷혐한 세력·불법체류자 통제 난항, ▷중국전담여행사에 의한 국내 수익 저조, ▷조급함에 의한 정책이 결국 동족방뇨(凍足放尿:엄동설한 얼어있던 발에 오줌 누기)에 의한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어버림)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다. 일부는 친중 가이드에 의한 한국 역사 왜곡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A리더는 “관광교류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보고 있으며, 반기는 입장이다. K-컬쳐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세대의 방한관광 증대효과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저가관광 등 시장질서 교란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만반의 준비도 필요하다. 다양한 특화 관광상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품격 중국 방한관광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싸구려 방한 상품, 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토록 하는 창의적 노력을 게을리하는 행태를 경계했다.

B리더는 “우리나라 인바운드 시장에서 중국 단체관광객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한시 비자 면제가 시행되더라도 예약 급증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중국 단체관광객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양국의 관광 교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C리더는 “비자 발급 기간은 1주일 정도 소요되는데 무비자 시행 할 경우 관광객들이 비자 발급 비용 및 절차의 번거로움이 없어져 여행 장벽이 해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문 절차 간소화를 통해 방한 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개별 여행객(FIT)의 재방문으로도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한국인에 대한 중국측의 무비자 정책 시행 후 한국인 방중객이 급증했던 같은 현상이 중국인의 방한에도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존의 단체 관광은 정형화된 일정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한류(K-POP, 드라마, 뷰티) 및 음식 체험, 로컬 문화 탐방, 자연 속 힐링 여행 등 더욱 다양화된 프로그램이 선호되는 추세이고, 이런 변화에 맞춰 기존 단체 관광 일정을 재정비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리더는 “대단히 멀어졌던 한국과 중국 관계가 2016년 이전의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바람직한 계기가 될 것 같다. 민간교류 활성화로 상호 호감도가 높아지고 한중 상호 관광교류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관광수지 개선이나 내수 진작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고 중국인 식당에서 식사하고 돌아가는 편이다. 지금 고사직전인 면세점 업계는 활성화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휩쓸고 다니는 관광지는 한국인 또는 다른 나라 관광객의 기피장소가 된다는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풍선효과처럼 제주도에 중국인이 늘어나면, 내국인과 일본인이 줄어든다”고 비자면제를 안하는게 더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E리더는 “중국인의 방한이 전체 인바운드 관광객 수라는 목표를 채우는데에는 효율적이어서, 정책당국 입장에선 무분별한 완화책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적, 숫자에 얽메이다가는 다른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나중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외 정세, 국제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데, 아직은 아니다”라고 단호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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