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취해 연인 잔혹하게 살해…그는 심신미약이라 했다 [세상&]

20대 남성, 징역 30년 확정
살인 등 혐의
1심 징역 22년→2심 징역 30년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연인의 목을 조르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A씨는 재판 내내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주장했으나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살인,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은 A(25)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오전, 대전 서구 탄방동의 한 다가구주택 원룸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 이틀 전부터 8시간여전까지 필로폰 1g을 3차례에 걸쳐 과다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며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약 3시간 뒤 112에 자수했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마약 투약에 따른 심신미약과 범행 후 자수 등을 근거로 감형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12형사부(부장 김병만)는 지난해 9월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필로폰에 취해 아무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해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로폰 투약 영향을 감경 사유로 삼는 게 아니라 불리한 사정으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며 “필로폰의 특성을 인지한 상황에서 과도한 투약 후 강력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 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로폰 투약으로 환각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기 힘들고 범죄로 인한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2심에서 형량이 더 올라갔다. 1심에 비해 2심이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 박진환)는 지난해 11월 A씨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신질환을 주장하지만 치료를 중단한 지 8~9년이 지나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도 필로폰 투약 경험이 있어 감각 이상 상태를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고, 감각 이상 상태를 스스로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이 성병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자주 말다툼하며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죄질이 무겁다고 보이며 불법성도 매우 중대하다”며 “피해자가 사망해 스스로 진술을 할 수 없고 피해 회복도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마약류 투약의 잠재적 위험성이 극단적으로 현실화된 사례”라며 불법성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30년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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