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백악관서 직접 투자 계획 발표
자동차·부품·물류·철강 등 구체화
트럼프 대통령 “현대차, 관세 없을 것” 직접 언급
韓 상호 관세에 미칠 영향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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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왼쪽에서 두번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에서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세번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양대근·정목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부터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대미 투자를 단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이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내달 2일로 예고된 트럼프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관세 리스크의 선제적 해소와 북미 지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4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에 대한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에 앞서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앞서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초청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새 임기를 주목할만하게 시작한 것을 축하한다”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잘 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대미 투자는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집행한다.
먼저 준공식을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총 50만대로 확대한다. 또한 앨라배마공장·조지아공장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연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를 집행한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의 자동차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 또한 견고한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철강 분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가 집행된다. 자율주행·로봇·AI(인공지능)·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올해 말 미국 미시건주에 SMR(소형 원전 모듈) 착공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하고, 2027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기업들과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서비스 연합체인 아이오나(IONNA)를 통해 충전소 설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발표로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후 현재까지 현지에 총 205억 달러(30조원)를 투자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액은 총 415억 달러로 늘어났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그룹 차원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혁신 허브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4년 20조4000억원 대비 19%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라며 “아울러 국내 및 미국의 대규모 투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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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에서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UP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