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에 잃어 죄송하다” 천년고찰 전소, 끝내 눈물 쏟은 스님

신라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 천년고찰 운람사 전소에 도륜스님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KBS경북]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신라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 천년고찰 운람사 전소에 도륜스님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불 발생 첫날인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 있는 신라고찰 운람사의 전각과 부속건물 등이 전부 불에 탔다.

이 사찰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천년고찰로 유명한 절이다. 천등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신라 제31대 신문왕 때에 국내 불교를 대표하는 의상 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산불로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모신 보광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지 스님이 불자들을 접견하는 청어당도 완전히 붕괴됐다.

법당과 공양간도 뼈대만 남아 있거나 내부가 모두 타 버렸다. 운람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숲마저 대부분 불에 타거나 나무 둥치 부분이 새카맣게 불에 그을렸다.

의성 산불로 인해 안평면 천등산에 위치한 운람사 사찰이 불에 탔다. [KBS경북]


운람사의 본사인 고운사 도륜스님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보광전 앞까지 타게 되니까 어쩔 수 없었고 그래도 저희 스님들과 유물을 옮기다가 인명 피해가 나면 안되니까 철수하라고 해서 끝까지 남아있다가 철수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스님들의 신속한 판단 덕분에 운람사가 소장하고 있던 아미타삼존, 탄생불, 신중탱화 등 문화재급 유산은 불길이 덮치기 전 근처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겨져 소실을 피했다. 도륜스님은 “문화재가 손상되면 세월을 복원할 수 없기에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이동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운람사가 소장하고 있던 아미타삼존, 탄생불, 신중탱화 등 문화재급 유산은 불길이 덮치기 전 근처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겨져 소실을 피했다. [KBS경북]


도륜스님은 이어 “천년고찰을 이어왔는데 우리 대에서 이렇게 부처님 전각을 잃어버리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도륜스님은 “산불이 빨리 진화돼서 종료가 되기를 바라고 다시 복원해서 예전과 같이 기도하고 희망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화재는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처음 발생했다. 의성군은 이번 화재가 성묘객의 실수로 인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성군은 실화로 산불을 낸 성묘객을 조만간 삼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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