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배달 부업 뛰다가”…‘싱크홀 참변’ 30대 먹먹한 사연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현장.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씨가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선 발생했다.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박씨가 싱크홀에 빠져 실종됐다.

안타깝게도 박씨는 실종 17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11시 22분쯤 싱크홀 중심선을 기점으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추락 직전 복장 그대로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채였다.

박씨의 25년 지기라는 김모 씨는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와 쓴 눈물을 삼켰다.

김씨는 “이 친구가 열심히 산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다. 정말 성실히 살았다”며 “사업을 살리려고 회사를 돌보면서 밤에는 닥치는 대로 배달 일을 했다. 걱정될 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날벼락 같은 사고가 닥쳤는지 모르겠다”고 비통해 했다.

그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 사업을 하던 박씨는 3년 전부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퇴근한 뒤 부업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저녁 배달 일을 위해 사무실에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에 찍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당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박씨의 빈소는 강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씨의 모친은 “이런 일이 어딨어, 우리 착한 애기…, 우리 애기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했고, 다른 유족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지하철 9호선 연장 굴착 공사와 상수도관 등 복잡한 지하 시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서울시는 명일동 싱크홀 현장에 전문가 10여 명을 파견해 굴착 공사나 지하 구조물이 사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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