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성장·혁신 이끄는 동력 돼야
‘알토스배구단’ 가짜뉴스, 회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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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보면 1%인데 국내은행은 0.4% 정도입니다. PER(주가순이익비율)을 봐도 글로벌 은행은 12.9%인데 국내은행은 4.3%밖에 안 됩니다. 전반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을 받은 데다 취약한 지배구조, 불투명한 미래 수익 등 때문일 겁니다. 배당성향이 외국보다 낮은 것도 주된 요인입니다.”
“행장 시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지속가능 중기금융 플랫폼’이라는 조직이 OECD에 만들어졌는데 제가 공동의장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국제적으로 중소기업 녹색금융을 위한 틀이 갖추어지고 국내에서도 녹색지원 체계를 강화하며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윤종원(사진) 전 IBK기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 관료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이력답게 인터뷰 내내 날카로운 식견이 엿보였다. 여기에 국책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쌓아 온 현장 감각까지 더해 통찰을 담은 저서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를 출간했다. 책을 통해 윤 전 행장은 금융이 단순히 자금을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 위험의 심사와 중개를 통해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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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는 금융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금융이 경제 발전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장 재임 당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전환과 혁신 경영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디지털화가 금융업의 지형을 바꾸는 상황에서 기술 기반의 혁신이 금융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전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이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이를 위한 금융의 책임과 역할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 디지털 역량 강화 등 비금융 분야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객 중심 경영, 금융주치의, 미래지향적 여신심사, 디지털 전환 등 금융혁신 사례도 소개했다.
지속가능경영과 조직문화 개선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하며 윤 전 행장은 금융기관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 확립과 윤리 경영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전 행장은 책에서 행장 시절 가장 아쉬웠던 대목을 솔직 담백하게 토로했다. 과거 스포츠 분야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알토스 배구단’ 사건이다. 2021년 배구단 내부의 감독과 선수 간의 불화가 외부로까지 불거졌다.
당시 기업은행은 진상 조사를 거쳐 단장과 감독을 경질하고, 신임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차순위인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고참 선수와 김 코치가 감독을 몰아내려 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했다.
가짜뉴스 때문에 김 대행은 결국 구단을 떠났고, 아직 배구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윤 전 행장은 전했다. 윤 전 행장은 이에 대해 “당시 정공법으로 대응해서 가짜뉴스를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감독대행과 고참 선수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고 책에서 회고했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