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비제조업 동반부진 전망
4월 국내 기업들의 경기심리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한 달 만에 다시 뒷걸음질쳤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수요 둔화로 상당수 업종이 부진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4월 BSI 전망치는 88.0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적 경기 전망을,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래 매달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BSI 전망치는 올해 1월 84.6까지 급락한 후 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면서 3월 90.8로 반등했다. 그러나 한 달만에 다시 80대로 주저앉았다.
업종별 4월 경기전망은 제조업(92.0)과 비제조업(84.2)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 BSI(92.0)는 작년 4월(98.4)부터 13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비제조업 BSI(84.2)는 올해 1월(84.9)부터 4개월 연속 90선 아래에 머물렀다. 특히 비제조업 BSI가 4개월 연속 90선 미만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로 내수가 극도로 위축됐던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내 총 10개 세부 업종 중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1.1)가 유일하게 전망이 긍정적이었다. 기준선 100에 걸친 의약품 등 3개 업종을 제외한 6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
한경협은 최근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총 7개의 비제조업 세부 업종은 기준선에 걸친 여가·숙박 및 외식을 제외하고 전 부문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협은 계절적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전기·가스·수도(68.4)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업(76.2)을 중심으로 부정적 심리가 우세했다고 밝혔다.
내수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도·소매업(90.4)도 전월(100.0) 대비 9.6포인트 급락했다.
4월 각 부문별로 보면 ▷고용(91.4 ▷내수(91.4) ▷자금사정(92.2) ▷채산성(93.0) ▷투자(93.3) ▷수출(93.9) ▷재고(102.5) 등 전 부문의 BSI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수출, 투자의 ‘트리플 악화’는 지난달에 이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관세 및 보호무역 확대 등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결합 규제 등을 완화하고, 투자와 사업재편 등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법개정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