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움직이지 않고 문 안 열려 창문으로 빠져나와”
“차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 덕분에 추락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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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실종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땅 꺼짐(싱크홀)이 발생할 당시 천우신조로 사고 순간을 피한 ‘카니발’ 운전자가 “차가 계속 달린 덕분에 싱크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니발 운전자 A씨(48)는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 현장을 그대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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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찍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당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이후 공개된 후속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씨 차량은 구덩이로 떨어지는 듯 하더니 싱크홀 상단 끝에 뒷바퀴가 걸리면서 튕기듯 공중에 떠 탈출했다. A씨 차량을 바싹 따라오던 오토바이는 그대로 구덩이에 추락했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동구 둔촌동에 거주하며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는 매일 출퇴근을 위해 지나는 길이라고 했다.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귀가하던 A씨는 “천둥소리와 함께 10초 정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고 사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정신을 차려 보니 앞에는 차가 한 대도 안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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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당시 모습. 승합차 카니발 운전자 A씨는 당시 차가 움직이지 않아 더 앞으로 가지 못했고, 차문 조차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채널A 갈무리] |
그는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다시 앞으로 가려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다”며 “브레이크를 밟을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오히려 차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린 덕분에 싱크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 A씨는 이 사고로 허리와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대형 싱크홀 사고로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이 지역 출퇴근 길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고 현장 지점에서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혼병원역부터 고덕강일 1지구까지 연결되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가 한창이었다. 또 인근에서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까지 진행 중이었다. 해당 공사들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는 일단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중단 조치한 상태다.
시는 명일동 싱크홀 현장에 전문가 10여 명을 파견해 굴착 공사나 지하 구조물이 사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도시철도 건설 공사장 주변 등 주요 지점을 대상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을 통해 지반 침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