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로 돌아선 달러에 한숨 돌리는 미국…한국은 ‘그림의 떡’ [투자360]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치솟던 달러, 최근 약세로 돌아서

한국 원화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달러 대비 강세 전환 못해

국내 정치 리스크 해소 선행돼야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달러화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달러가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에겐 그림의 떡이다.

연초 이후 지난 25일 종가 기준 유로화는 4.2%, 일본 엔화는 4.6% 상승했다. 이처럼 유럽과 일본 등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08선을 넘보던 달러인덱스는 103선까지 내려왔다.

당초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 맥도날드나 필립모스리 같은 기업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달러 강세가 더 심해지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아마존과 애플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치솟는 달러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S&P500 기업 매출의 약 30%가 미국 밖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실제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건강 관리 업체 쿠퍼 코스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달러 약세로 주당순이익이 당초 실적 전망치(가이던스) 상단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1.1%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14.5%나 떨어졌던 원화가 달러 약세 상황에서도 뚜렷한 반격을 가하지 못한 채 소외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유로화의 경우 독일의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 때문에, 일본 엔화는 저평가 안전자산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화는 강세로 돌아설 만한 두드러진 요인이 없다.

오히려 ‘트럼프 관세’로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한국 주력 수출이 타격을 받아 경기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 강세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관세의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받는 캐나다와 멕시코 통화는 오히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관세 리스크보다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기업들의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 호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해외 현지 투자·생산이 증가한데다 오히려 수입해야 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생산에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단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에겐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 국내 증시의 외국인 이탈을 초래해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건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내수 경기 악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 리스크 조기 해소와 함께 과감한 내수 부양책 실시가 이뤄져야 주요국 랠리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차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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