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엮어내는 ‘라(羅), 빛을 엮다’ 전시 개최

‘온지음 x 오마 스페이스 라(羅), 빛을 엮다’ 전시 개최
전통 복식문화의 현대적 활용을 제안하는 협업 컬렉션



고려의 직조술과 현대 패션이 만나 한 폭의 빛을 짜내듯 감각적인 전시가 펼쳐진다.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사장 홍석현)은 섬세한 직물과 예술이 조우하는 전시 ‘라(羅), 빛을 엮다’를 내달 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 1층에서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직조 예술 브랜드이자 전통복식 연구 집단인 ‘온지음’ 옷공방과 컨템포러리 아트·디자인 스튜디오 ‘오마 스페이스’의 공동 기획한 특별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고려시대 라(羅) 직물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섬유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새롭게 제안한다. 특히 전통 섬유의 투명성과 빛의 흐름에 주목하며, 빛과 섬유가 만나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을 중심에 둔다.

전시 제목인 ‘라(羅), 빛을 엮다’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사용된 ‘라’ 직물은 실과 실 사이에 공기를 머금은 듯한 조직으로, 빛을 머금고 투영시키는 고유의 성질을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 아미타불 복장에서 사용된 라 직물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특수 섬유가 사용됐다. 니트 방식으로 개발된 이 직물은 드레이프성과 투공성을 고루 갖춰 고대 섬유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냈다.

그 위에 오마 스페이스 특유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감과 실루엣이 더해져, 전통성과 감각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15~20점의 현대 한복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모시, 은조사 등 전통 소재와도 절묘하게 매치되어, 전통의 결을 살리면서도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편안한 의복으로 재탄생했다.

전시 속 의상들은 단지 복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섬유의 틈 사이로 흐르는 빛은 보이지 않는 손길과 시간, 그리고 비물질적 감각을 드러낸다.

오마 스페이스는 “옷을 만든다는 것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라며, 의복이 인간의 철학과 정신성을 담는 예술 매체임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전통복식 재해석을 넘어서, 옷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간, 철학, 감각이 교차하는 예술적 실험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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