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 ‘EU 무관세 수출’ 내달부터 14% 감소

EU, ‘美 대응’ 세이프가드 개정안 확정
쿼터까진 무관세…초과물량 25% 부과
수출 많은 열연 쿼터물량 대폭 줄어들듯


유럽연합(EU)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한국 철강 물량이 4월부터 최대 14% 줄어든다. 미국에 이어 한국 철강의 주요 수출국인 EU, 인도가 줄줄이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한국 철강 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EU는 25일(현지시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 개정안을 확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개정안은 26일 발효되며, 내달 1일 시행된다.

EU 세이프가드는 2018년부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할당량)는 무관세로 수입하되, 초과 물량에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EU 전체 철강 수입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관보 분석 결과 주요 제품군별로 각국 쿼터가 조정됐다. 한국은 수출량이 가장 많은 열연 쿼터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4월 1일∼6월 30일 기준 한국 열연 쿼터는 18만6358t이었으나, 개정에 따라 약 14% 줄어든 16만1144t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한국이 EU로 수출하는 다른 제품군 쿼터도 소폭 축소됐다.

또 전반적인 세이프가드 이행 의무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분기 내 할당된 쿼터를 소진하지 못하면 다음 분기에 미소진 물량만큼 무관세로 추가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7월부터는 일부 제품군에 대해 이월 시스템이 폐지된다.

국가별 쿼터와 별개로 제품별 무관세 수입 총량을 제한하는 일명 ‘글로벌 쿼터’ 운영 시에는 특정 국가가 잔여 무관세 할당량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품에 따라 13%에서 최대 30% 수준의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글로벌 쿼터에 따라 무관세 할당량이 남은 경우 어느 국가이건 수출량을 늘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한선 이내에서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날 개정안은 기존 세이프가드가 역내 산업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강화해야 한다는 EU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지난 12일 전격 시행되면서 EU의 관세 강화 결정도 예정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EU는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제품이 EU로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도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철강·금속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세이프가드 강화 계획을 설명하면서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EU는 내년 6월 30일까지만 세이프가드를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집행위는 수입량 제한이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 3분기께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보호 조치를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EU는 추후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별도의 세이프가드 신규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명 ‘탄소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한국의 관련 제품 수출 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조치다.

EU 집행위는 “올해 4분기께 CBAM 적용 범위를 철강·알루미늄 집약적 다운스트림 제품(가공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입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돼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 말까지는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여되지만, 내년부터는 초과 누출량에 상응하는 수준의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철강의 주력 수출국인 인도 역시 한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한국 철강업계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인도 상무부는 지난 18일 200일 동안 철강 관세를 12%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자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인도 무역당국은 한국산 열연강판 128만6000t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한국이 지난해 인도에 수출한 철강 제품이 305만2341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수출 물량의 41.9%에 12%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열연강판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인도 무역당국이 정한 최저 수입가격을 상회해 관세가 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당국의 최저 수입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출하면 관세가 면제되지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면 12%의 관세가 일괄적으로 붙는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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