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라니 망연자실 ‘불량품 몰래 팔아 용돈벌이의 최후’[세상&]

불량품 폐기하는 대신 빼돌려 판매
법원 “회사에 10억 배상하라”
형사에선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불량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져 비매품으로 분류된 제품을 창고에서 빼돌려 판매한 직원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1민사부(부장 유아람)는 반도체 제조용 필름을 개발·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이 25년차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A씨는 손해배상 판결과 별개로 진행된 형사사건에선 상습절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A씨는 1996년께 해당 기업에 입사해 2020년까지 근무하며 물류 관리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제품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창고에 보관하며 주기적으로 폐기했다. A씨는 이러한 비매품을 무단으로 외부로 반출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범죄행위로 인한 피해는 컸다. 품질이 떨어지는 불량품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업의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기업은 “A씨의 행위로 인해 적어도 10억원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에선 “800여만원을 초과하는 손해의 발생은 인정할 수 없다”며 폐기품을 반출한 것이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액은 과다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사건 반출품의 절취 당시 가치가 가장 정확한 손해배상액”이라며 그런데 “해당 물건들은 이미 대부분 판매가 이뤄져 물건 전체를 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률 통계와 같은 제품의 시장가격 등을 바탕으로 가치를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10억원을 계산하며 A씨가 형사사건에서 ‘1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한 사실도 근거로 삼았다. 법원은 “감정결과 반출품의 가액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손해액이 10억원을 초과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씨와 별개로 물류관리팀 팀원에게도 회사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와 공범은 아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반출 행위를 적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매품은 폐기장으로 옮겨 폐기하는 게 원칙임에도 “포장재에 쓴다”는 A씨의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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