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석방, 李 무죄’ 이 원칙…‘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세상&]

이재명 ‘허위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집유→2심 무죄
1심 ‘선거인’ 20차례 이상 등장
2심 다의적일 때는 피고인에 유리하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2심에서 뒤집힌 데는 이 대표의 발언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심 재판부가 선거의 공정성과 대중의 인식을 중시했다면 2심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피고인의 이익에 무게를 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부장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 26일 선고기일을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故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를 몰랐다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아 백현동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문제가 돼 기소됐다.

27일 헤럴드경제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과 2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1심 판결문에는 ‘일반 선거인’, ‘선거인’이라는 단어가 20차례 이상 등장한다. 1심 재판부는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하면, 이 대표의 발언이 검찰이 기소한 의미로 해석돼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도 “허위사실 공표로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허위사실 유포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선거인에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가 강조한 것은 발언의 ‘다의성’이었다. 검찰이 해석한 의미와 다른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심에서 유죄가 나온 ‘골프 발언’을 해석할 때 이를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다. 조작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故김 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이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발언을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친 사진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진이 출장 중 찍힌 것은 맞지만 골프를 친 날은 아니고, 10여명의 단체 사진을 잘라냈기 때문에 ‘사진 조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해석할 수 있다 해도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할 수 없다”며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또 “(한정 해석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할 때도 적용됐던 원칙이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은 국토부가 법률을 근거로 매각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은 이 대표가 ‘혁신도시법 의무조항에 근거한 요구 때문에 변경해줬다’는 것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를 ‘의무조항에 근거한 요구에 따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좁게 해석하는 것은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또 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없고, 발언의 내용도 허위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타의’에 해당하는 국토부의 요구를 기초로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라고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며 “사실이 특정되지 않는 상대적·주관적 개념”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 선고 이후 2시간 30분 만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故 김 씨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 백현동 용도지역 변경 경위에 대한 의혹이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이는 발언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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