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외국산’ 자동차 어떻게 구분하나…트럼프 車 관세 의문점 투성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관세를 발표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자동차 관세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만 ‘순수한 미국산 자동차’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조립되는 ‘미국산’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수입 부품을 사용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CNN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의 비율이 75%를 넘는 차종은 단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됐지만 규정상 미국산과 동등하게 간주해주는 부품들까지 포함해서 따진 것이므로, 앞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바뀌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후 보충설명을 통해 USMCA 적용을 받는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부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하되, 향후 상무부 장관이 관련 절차를 수립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산과 동등하게 간주돼 온 USMCA에 따른 캐나다·멕시코산 부품도 앞으로 외국산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인기 자동차 몇 종의 예를 들어 ‘미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24 쉐보레 블레이저’는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되지만, 핵심 부품들인 엔진과 변속기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닛산의 ‘알티마’ 세단은 테네시와 미시시피에서 조립되지만, 이 차종의 터보 버전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2L 엔진과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된 변속기가 들어간다.

미국에서 팔리는 도요타의 준중형 SUV ‘RAV4’ 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엔진과 변속기가 생산돼 일단 캐나다로 보내진 후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으로 수입된다.

캐나다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긴 하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약 70%의 부품이 미국 국토에서 생산된 미국산이다.

이와 반대로 닛산의 ‘로그’ SUV는 미국 테네시주 스머나의 공장에서 조립되지만, 부품 원산지로 보면 25%만 미국산이고 나머지는 외국산이다.

2024년 버전의 경우 엔진은 일본산이고 변속기는 멕시코산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앞으로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관세는 그 안에 포함된 미국산과 비미국산 부품의 비율에 따라 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차에 포함된 부품 중 50%가 미국산이고 50%가 외국산이라면, 이 차에 대해서는 외국 차에 부과되는 25%의 절반인 1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들의 대부분은 멕시코, 일본, 한국, 캐나다, 독일 등 5개국에서 만들어지며, 이 중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차들과 부품들은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면제돼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런 복잡한 공급망 문제를 무시하고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은 상당히 큰 폭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 방송은 미국 국내 공장에서 조립되는 자동차의 생산 비용이 대당 3천500∼1만2천 달러(510만∼1천800만 원) 증가할 것이라는 싱크탱크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분석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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