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청사진’ 지목된 미런 보고서…“목표는 약달러”

“통화가치 조정에 동의않는 외국 정부 압박 위해 관세를 무기로 사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관세전쟁의 밑그림으로 ‘미런 보고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이 논문의 제목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41페이지 분량의 이 논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경제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논문의 최종목표는 달러 가치 절하를 통한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 해결이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기축통화가 된 달러에 대한 수요 때문이다. 미런 위원장은 미국이 주요 국가에 자국 통화의 가치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관세다. 외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통화가치 조정에 순순히 합의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관세를 통해 선택을 압박하자는 것이다.

관세는 재정 적자 해결책의 방안으로도 제시됐다. 중국 등 각국 정부가 보유한 미국 국채도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외국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도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워싱턴DC에선 외국 정부에 지급하는 이자를 줄이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현재 보유 중인 국채를 100년 만기 무이자 채권으로 교체하자는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

외국 정부 입장에선 국고로 매입한 미국 국채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리 없기 때문에 미국은 모든 국가에 대해 관세를 올린 뒤 외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무이자 채권으로 교환할 경우에만 관세를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미런 위원장의 논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이 논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런 위원장을 발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각에선 미런 위원장의 논문에 근거해 ‘마러라고 협정’이 추진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주요 국가의 정상을 초청한 뒤 브레턴우즈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통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런 위원장의 논문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경제 역사학을 전공한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모든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런 위원장의 논문을 관세 전쟁의 청사진으로 해석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결정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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