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잠룡 실종”…입지 좁아진 비명계

이재명, 사법문제 털고 대권가도
비명계, 일단 환영…“행보 고민”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 세력인 비명(비이재명)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사법리스크’를 덜어내면서다.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파란불이 켜진 가운데 조기대선 출마를 고려하던 비명계 주자들의 당내경선 참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애서 “선고 전에도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대표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게 됐다”라며 “이제 민주당에는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대선주자만 있을 뿐, 다른 잠룡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당 대표 연임과 총선을 거치면서 당 조직을 장악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까지 해소하면서 비명계 주자가 이 대표의 경쟁상대로 부상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을 결정하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물리적인 시간 제약도 큰 상황에서 후보 교체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른바 비명계 삼김(三金)으로 불리며 야권 잠룡으로 꼽혀온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이 대표가 2심 무죄 선고를 받자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이 대표 무죄는 당연한 결과다. 환영한다”라며 “사필귀정”이라고 적었다. 김 지사는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 다행”, 김 전 총리는 “다행이다. 당원으로서 한시름 덜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들의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비명계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의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지 않나”라며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을 둔 공세 여지도 사라졌기 때문에 비명계 입장에선 난감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선거법 1심 재판에서 받았던 징역형이 2심 재판에서 뒤집어졌으니 다음 행보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지적을 내놓기도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비명계 주자들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심판 선고 촉구에 힘을 모으면서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더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을 향한 공세수위가 높아지면서 야권 단일대오 전선은 확장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정국으로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검찰정권에 맞서는 최전선에 있는 당 대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라고 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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