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음주야?” 늘어지는 탄핵 선고 “골이 아파요” [세상&]

길어지는 尹 탄핵 선고…지쳐가는 국민
“두통약 찾는 이 늘어” “뉴스 보면 피곤”
“사회적 긴장 늘면 불안…미디어 노출 자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을 남겨둔 가운데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야 의원들이 탄핵찬반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58) 씨는 최근 탄핵이란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반복되는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다. 이씨는 “최근 들어서 불안하고 답답해서 머리까지 아파질 때가 있다”며 “대화를 시작하면 다 탄핵 얘기다. 결과에 대해 계속 신경쓰니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약국에 ‘탄핵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며 두통을 호소하며 약을 사러 오는 환자도 확연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놓고 헌법재판소의 고심이 깊어지자 이씨처럼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극명하게 둘로 나뉜 지지자들과 반복되는 탄핵 전망 뉴스 등을 지켜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선고가 늦어지며 석 달 가까이 이어진 탄핵 집회로 일선 경찰관들은 ‘파김치’ 상태다.

헌재는 27일에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주 선고는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로 내주 선고를 기약하게 됐다.

전날에는 탄핵 정국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결과까지 나왔다. 헌재는 ‘늑장 선고‘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 기간은 역대 대통령 탄핵 심리 가운데 가장 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탄핵 심판 선고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경우 최종 변론 기일(2월 25일)이 마무리된 후 1개월 넘게 시간이 지났다.

직장인 박모(32) 씨는 “이재명 의원 2심 결과가 나올 동안 헌재는 뭘 했나 궁금하다”며 “선고가 늦어지니깐 중국 개입설처럼 해괴한 소문이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을 남겨둔 가운데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연합]


이에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직장인 안모(33) 씨는 “이제 뉴스 보기가 너무 겁난다”며 “탄핵에 대해 견해가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반복적으로 긴 시간 접하니 스트레스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최근엔 혹시 저 사람도 탄핵에 대해 나와 견해가 다르지 않을지 의심스럽게 되고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집안 분위기마저 냉랭해졌다. 가족들이 출근 준비를 하며 라디오 시사 프로를 듣는다는 정모(31) 씨는 “최근 라디오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자 어머니가 라디오를 툭 꺼버렸다”며 “아침 식사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출근 준비 중 대화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뉴스 등 미디어에 대한 노출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이해국 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는 기존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투약량 등이 늘어나는 시기”라며 “미디어, 뉴스 등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석 달간 이어진 탄핵 집회로 일선 경찰관들은 육체적 피로까지 호소하는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초과 근무 등 여파가 있는 일선 경찰관들은 휴가 및 개인 일정 조정으로 업무 부담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시간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13.7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11월(80시간)에 비해 33.7시간 늘어난 근무 시간이다.

지난 1월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윤 대통령 관저 앞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시위 및 집회에 대응해야 하는 기동대 업무가 늘어났다.

경호·기동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 A씨도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최근 높은 업무강도와 적은 휴무로 인해 연가 사용이 어렵다”며 “경찰청, 서울경찰청 경비부서 지휘부가 대책을 내놓으며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갑호비상을 대비해 알아서 빼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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