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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파울러가 TGL 개막전에서 스크린을 향해 샷을 날리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함께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이 첫 시즌을 마쳤다. 성공적인 출발로 평가된 TGL은 한층 더 확장된 모습으로 내년 시즌2를 선보일 계획이다.
TGL은 26일(한국시간) 저스틴 토머스와 패트릭 캔틀레이, 빌리 호셜, 루커스 글로버(이상 미국)가 소속된 애틀랜타 드라이브 GC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현지 언론은 “시즌1의 유일한 단점은 우즈와 매킬로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만큼 기대를 뛰어넘는 시즌으로 평가했다.
투모로우 골프 리그의 이니셜을 딴 TGL은 말그대로 미래형 골프를 표방했다. 기술이 접목된 팀 골프 리그(Tech-infused Team Golf League)다.
가로 19.5m, 세로 16m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약 7000평 규모의 실내 전용 경기장부터 혁신의 시작이었다. 핀까지 50야드 이내의 샷을 할 경우엔 그린존으로 옮겨 경기를 이어간다. 농구장 4개 면적에 해당하는 그린존에는 지름 37.5m의 그린을 3개의 벙커와 둔덕이 둘러싸고 있다. 그린 아래엔 567개의 유압식 잭이 장치돼 있어 홀마다 무한대로 그린 경사도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1월 8일 개막전은 91만 9000명의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한 주 앞서 열린 PGA 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우즈가 첫 출격한 2주차엔 100만5000명을 기록했다.
시청자수는 이후 다소 감소했지만, 다른 프로스포츠 시청자와 비교해 평균연령이 낮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TGL 시청자의 평균연령은 51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52세), 포뮬러원(F1·53세), 미국프로풋볼NFL·54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60세)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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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오른쪽부터)와 김주형, 케빈 키스너가 TGL 경기에서 환호하는 모습 [AP] |
시뮬레이터 골프의 기술적인 측면도 눈길을 모았지만,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스타 선수들의 다양한 퍼포먼스와 대화 내용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데 있었다.
USA투데이는 “히트상품은 마이크였다. 선수들이 마이크를 착용하고 실시간 대화를 들려준 점이 흥미를 끈 요소였다. 2026년에도 이는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마이크를 통해 1975년생 우즈가 2002년생 김주형에게 “난 네가 태어나기 전에 마스터스에서 세 번 우승했다”고 말하거나, 경기가 안풀린 케빈 키스너가 “(우즈 아들) 찰리가 나 대신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모습, 우즈가 남은 거리 199야드를 착각해 99야드 샷을 날렸을 때 동료들이 “뭐하는 거냐, 웨지를 든거냐”고 폭소를 터뜨리는 등의 사소한 대화와 장면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 칩샷이 들어갔다고 생각해 웨지를 던지는 세리머니를 했다가 공이 들어가지 않자 머리를 감싸 폭소를 유발한 김주형, 수차례 클러치 샷을 만든 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방 뛴 빌리 호셜, 작고하기 전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어머니 쿨티다에게 “엄마, 오늘은 저번 경기처럼 엉망은 아닐 거예요”라며 따스한 눈길을 보낸 우즈 등 일반 필드 대회였다면 보기 어려웠을 인간적인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TGL은 출범 전 ‘체육관에서 펼쳐지는 e스포츠 게임같은’ 골프라며 고개를 갸웃한 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골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뉴스위크는 “새로운 시뮬레이터 골프 리그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했다. LIV골프에서 뛰고 있는 필 미컬슨조차 “TGL이 성공한다면 골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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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TGL 경기장 전경 [제네시스 제공] |
TGL은 두번째 시즌 확장에 나선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선수와 팀이 참여해 리그가 확대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골프위크는 볼티모어 레이븐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등 미국프로풋볼(NFL) 뿐 아니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 등 주요 프로스포츠 구단 오너들이 소파이 센터를 찾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파이 센터에 더해 서부지역에 경기장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자 선수들의 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선수 시절 남자 선수들과 대결에 적극적이었던 US여자오픈 챔피언 미셸 위 웨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미쳤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남녀 선수들이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흥분했다. 미셸 위 웨스트는 올해 TGL에 LA 골프클럽 구단주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세계랭킹 남녀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넬리 코르다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뉴스위크는 “TGL 첫 시즌은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TGL의 첨단 기술과 스피디한 경기는, 이런 요소들을 좋아하는 젊고 새로운 팬들을 더 많이 끌어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