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34년까지 국내 천연가스 13.7% 공급”…‘LPG 한우물’ SK가스의 이유있는 변신

SK가스 울산 GPS·KET 르포
울산 GPS 건설 위해 1.4조 투자
LNG 가격 비쌀 때 LPG 통해 발전
KET LNG 하역·저장·송출 수행
울산 GPS·KET 연결…LNG 밸류체인 구축
LPG 성장 침체된 반면 LNG 고공행진
LNG 사업 확대 계획


SK가스 울산 GPS(가스 파워 솔루션) 전경. [SK가스 제공]


[헤럴드경제(울산)=한영대 기자] “액화석유가스(LPG)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미래 전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

25일 울산시 남구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14만㎡(4만2300여평) 규모의 SK가스 울산 GPS(가스 파워 솔루션). 수십개 얽힌 파이프로 인해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연상케 하지만 이곳은 세계 최초 GW(기가와트)급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이다. 울산 GPS 발전 용량은 1.2GW로 원전 1기 규모와 맞먹는다.

울산 GPS는 2022년 착공한 이래 2년여만인 지난해 말 본격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SK가스가 울산 GPS에 투자한 자금만 1조4000억원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만큼 SK가스는 울산 GPS에 최신·최대 설비를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울산 GPS에 설치된 가스터빈은 글로벌 최대 가스터빈 업체인 지멘스가 제작한 최신형 모델이다.

SK가스 울산 GPS(가스 파워 솔루션) 터빈동. [SK가스 제공]


울산 GPS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 상황에 맞춰 LNG, LPG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NG는 LPG 대비 가격 변동성이 크다. 울산 GPS는 LNG 가격이 고공행진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LPG를 사용함으로써 전력 생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점도 울산 GPS 장점 중 하나이다. 수요처인 SK에너지,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안정적인 전력 송전이 가능하다. 조승호 울산 GPS 대표는 “전력을 생산해 전력망에 보내는 과정에서 분배 역할을 하는 변전소가 중요하다”며 “대부분 발전소들은 변전소와 거리가 먼 반면, 울산 GPS와 변전소 거리는 700m에 불과해 전력 손실이 적다”고 강조했다.

울산 가구 절반 쓰는 LNG 저장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공사 중인 LNG 탱크 외부 전경. 한영대 기자


울산 GPS 발전 원료인 LNG, LPG는 각각 울산 GPS로부터 약 7㎞, 3㎞ 떨어진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SK가스 울산 기지로부터 공급받는다. KET는 울산 GPS와 함께 SK가스 LNG 사업의 대표 중심축이다. 지분은 SK가스, 한국석유공사가 각각 47.6%, 52.4%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KET 건설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에 착공한 이래 4년 만인 지난해 준공된 KET에는 LNG를 하역·저장·기화 및 송출할 수 있는 설비와 LNG 탱크 2개가 구축돼 있다. 내년 7월 가동 예정인 LNG 탱크 3호기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장충 체육관의 3배 크기(지름 90.6m, 높이 54.7m)를 자랑하는 LNG 탱크에는 LNG 10만톤(21만5000㎘)을 저장할 수 있다. LNG 탱크 3호기가 준공될 시 KET의 LNG 저장 용량은 30만톤으로 늘어난다. 이는 울산시 가구가 1년에 쓰는 도시가스 LNG 사용량(60만톤)의 절반에 달한다.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공사 중인 LNG 탱크 내부 모습. [SK가스 제공]


LNG 탱크는 LNG선에 실린 액체 상태의 LNG를 그대로 저장한다. SK에너지, S-OIL, 고려아연 등 수요처에 기체 형태의 LNG를 공급하기 위해선 바닷물을 활용한 기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날 LNG 터미널에서도 액체 상태의 LNG를 기체로 만들기 위해 바닷물이 쉴새 없이 동원되고 있었다. 기화 작업에 사용하는 바닷물만 시간당 1만톤이다.

울산 GPS, KET가 완벽 가동됨으로써 SK가스는 ‘도입-저장-공급-발전·판매’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윤 사장은 “울산 GPS, KET는 (SK가스 사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해 줄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 GPS와 KET가 연결된 것처럼 SK가스 LNG 사업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연결의 힘’”이라며 “다른 LNG 터미널과 발전소에서 가질 수 없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LNG 사업 확대…벙커링 준비 중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설치된 LNG 벙커링 관련 설비. 한영대 기자


1985년 설립된 SK가스는 40년 동안 LPG 사업만 전개했다. 한 우물만 판 SK가스가 LNG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LPG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 연료라고 불렸던 LPG 시장은 도시가스 위주 공급 정책, 전기차 등장으로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연비가 개선된 LPG 신형 트럭 등장으로 LPG 수요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LPG 시장은 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때 SK가스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이 LNG이다. LNG는 기존 화석 연료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이런 장점 덕분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브릿지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LNG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SK가스가 LNG 사업에 뛰어든 이유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때 시행했던 LNG 수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일찌감치 공헌했다. LNG 수출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시 글로벌 LNG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LNG 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1.6% 성장률을 기록, 2030년 약 2300억달러(3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 사장은 “과거 중동 위주로 형성됐던 LPG 시장이 현재 미국 위주로 바뀐 것처럼 LNG 시장도 똑같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미국이 전 세계 LNG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과의 거래는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SK가스 울산 GPS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영대 기자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원전) 수요 증가로 LNG 발전량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는 공장에서 필요한 전력을 제때 채워줄 수 있는지 의문이 있고, 원전은 새로 지을 때마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며 “LNG 발전 수요가 줄어들 시점이 생각보다 늦게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가스는 LNG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LNG 시장 성장에 맞춰 향후 LNG 탱크를 기존 탱크를 포함해 6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LNG 탱크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부지는 이미 확보했다. LNG 탱크 6개를 갖출 시 SK가스는 2034년까지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LNG 벙커링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LNG 벙커링은 유류 선박 연료를 LNG로 대체 공급하는 것이다. KET는 LNG 벙커링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모두 설치했다. LNG가 보유한 저온에너지를 바다로 버리지 않고, 많은 열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LNG 냉열공급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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