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였는데 잡음 지속…PE ‘재무 주치의’ 평판 훼손 [MBK 사태 파장②]

자구노력 없이 돌연 법원 行…‘선제적 신청’ 해명에 시장 ‘갸우뚱’
개인·기관투자자 피해 확산 우려…금융당국, MBK 정조준
출자자 위탁운용사 심사기준 만지작…재무적투자자, 시장 조력자 명성 되찾을까


[편집자주] 대형할인마트 홈플러스가 돌연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사모펀드(PE)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10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름값’을 믿고 투자한 개인부터 거액을 빌려준 연기금 및 증권사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향후 예견된 논란과 PE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살펴본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비대위 간담회 추진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열기 전 MBK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공동대표의 사진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노아름·심아란 기자] 사모펀드(PE)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으로 인해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PE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덩달아 하락하는 모습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을 인수한 이후 정상화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면서 ‘재무 주치의’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수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지난 19일 착수했다고 밝힌바 있다. 사태 파악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금감원은 금융상품 불공정거래뿐만 아니라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 등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특히 경영에 참여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는 바이아웃 PE 발(發) 잡음이 거세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으로 인한 도의적 책임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테일러메이드 매각 시도 과정에서 출자자(LP) F&F와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인수한 에코비트 자회사는 침출수 기준 초과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투자 건별 논란은 천차만별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이면계약 의혹에서부터 실사 과정에서 매도자가 정보제공에 소홀했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짚었다.

이에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출자자는 논란이 되는 운용사와 선 긋기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향후 자산을 매각하는 펀드에는 출자 않겠다고 밝혔고, 경영권분쟁 기업에 투자하는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지 않는다는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금감원은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자산규모 상위 PE 운용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금융과 홈플러스, 상법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PE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PE업계에선 이복현 금감원장의 칼날이 조만간 PE업계를 향할 것으로 보고 몸을 사리거나 긴장했던 상황이었다. 현재로서는 업계 선두 운용사의 실책으로 인해 사모펀드가 감독당국의 눈 밖에 나 더 이상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출자자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감독받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몇몇 운용사의 오판이 눈엣가시가 돼 운용사 전반의 투자금 회수 방법론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스무돌을 맞은 사모펀드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며 여러 평가가 오가는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펀드가 대형화되면서 비상장사 이외에도 상장사에 투자하는 경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상장기업의 주주명부에 오르며 정보공개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물밑에서만 움직이던 ‘프라이빗’ 펀드가 ‘퍼블릭’ 시장에 노출됐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한편 대기업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사업부 매각,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자회사 매각 등 빅딜이 줄줄이 대기한 현재 PE가 재무적 파트너이자 자본시장 조력자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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