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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이 소화기를 들고 산불을 진화하러 가는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 확산으로 이 지역 교정시설 일부 수용자들이 대피한 가운데, 교정직 공무원 추정 인물이 교도소로 번진 불을 진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25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교정직 갤러리’에는 ‘교도소 불탄다’라는 제목과 함께 소화기와 손전등을 든 남성이 화마로 뒤덮인 곳을 향해 화재를 진압하러 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시했다.
교정직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 A씨는 “소화기로 산불을 막아야 한다. 재소자는 살겠지만 우리는 죽는다. 도망쳐라. 다른 직렬로 교정하지 마라”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내일 면직하러 가겠다. 교정직이 단기 합격 신선직(업무 강도가 낮아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합격선이 낮은 이유는 파리 목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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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이 소화기를 들고 산불을 진화하러 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
이 영상이 확산되며 수용자 가족들이 모인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는 분노가 섞인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저 큰불을 저 작은 소화기로 끈다는 거냐. 자기들(공무원들)은 도망이라도 간다지만 안쪽이(수감된 연인을 이르는 수용자 가족 카페의 은어)들은 어쩌라는 거냐. 이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원들도 “119 전화해 보니 교도관한테 얘기해서 경북 119로 신고하라더라”, “도망도 못 가는 우리 안쪽이 식구들은 지금 숨구멍을 놓게 생겼는데 119 직원들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밥줄 잘라버리고 싶다. 소방공무원 의식이 맞는지 묻고 싶다” 등의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일부 회원들은 교도소와 소방서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는 이날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25일 나흘째 이어지자, 인근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수용자들의 이감을 결정했다.
법무부는 당초 안동교도소와 경북북부제1~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에 수용된 총 3500여명을 이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6일 교정본부 직원들의 신속한 진화 활동과 바람 방향 변화로 경북북부제2교도소 약 500명만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