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강동 싱크홀 수도관 30년도 더 됐다…원인 여전히 오리무중 [세상&]

서울시 싱크홀 64%가 상하수도 노후화 원인
“명일동 사고, 노후화와 무관치만 교체 시급”


5일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 현장에 소방의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에 매설된 하수도가 30년 이상돼 교체가 필요한 노후화된 시설로 확인됐다. 다만 서울시는 이번 사고의 경우 노후화된 상하수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싱크홀(지하침반) 사고로 지하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하수도 교체 속도가 노후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동구에 매립된 하수도(오물 등)는 지름 600㎜, 450㎜ 두 종류로 이중 450㎜ 하수도는 매설 시기가 ‘미상’이다. 매설 연도가 30년 이상일 경우 미상으로 기록하며 교체가 필요한 노후화된 시설로 보고 있다. 지름 600㎜ 하수도 관은 2004년 매설됐다. 상수도는 2004년에 매설됐다.

서울시가 ‘2025년 지하안전관리계획(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에는 총 211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중 상수도 노후화에 따른 싱크홀이 30건(14.2%), 하수도 노후화에 따른 것이 107건(50.7%)이다. 3건중 2건이 상하수도 노후화가 원인인 셈이다. 서울시내에 30년 이상 노후 상하수도관은 1만1098㎞ 중 정비가 시급한 상수도관 약 1000㎞, 하수도관 약 1000㎞,다.

다만 서울시는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사고는 상수도관 노후화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반침하의 경우 하수도 노후화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하수도 아래 지반 침하가 먼저 발생하고 그에 따라 하수도가 유실 된 것”이라며 “하수도 노후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 전체에 노후화된 하수도가 많아 교체가 시급한 건 맞다”고 말했다.

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노후 상하수도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교체가 필요한 상하수도 교체구역을 741곳(1곳당 80헥타르)의 소구역으로 다시 구분해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전까지 교체가 끝난 상하수도 소구역은 324곳으로, 교체가 필요한 417곳의 소구역 중 43개만 교체가 진행중이다. 시는 2040년까지 총 142개 소구역의 노후 상하수도를 교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매년 100㎞의 노후 상하수도를 정비해왔지만, 지난해 성산로 사고를 계기로 매년 150㎞ 정비로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한대가 통째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탑승자 중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어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만 이같은 계획에는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2022년부터 서울시는 상하수도 교체 계획을 연 100㎞에서 15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주무부서인 환경부를 통해 국비 지원 요청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쯤 명일동의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 곳을 지나던 30대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떨어졌다. 이 운전자는 17시간만에 심정지로 발견돼,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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