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찢겨져도…불길 속 새끼 지켜낸 백구

[‘유엄빠’ 공식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부 등으로 확산하며 산불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쇠줄에 묶여 꼼짝 못 한 진돗개 백구와 새끼들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5일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의성의 한 뜬장 안에서 새끼들과 함께 발견된 진돗개에 대한 소식이 올라왔다. 유엄빠는 이 개에게 ‘금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

유엄빠는 “불길에 휩쓸린 잿더미 속에서 혹시나 살아남은 생명이 있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뒤지던 중 깊은 산기슭에 숨어있는 뜬장들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생생한 뜬장 안에는 굵은 쇠줄에 묶여 도망칠 기회조차 빼앗긴 어미 개와 새끼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어미에게는 불길 속에서도 새끼를 지키려 피부가 찢기고 벗겨질 때까지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했다. 문 앞에는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버린 작은 새끼 한 마리가 잿더미 속에 누워있었다.

금순이와 남은 새끼 강아지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금순이의 경계심이 심해 두꺼운 쇠목줄을 풀어주지 못했고, 마취가 된 후에야 쇠목줄을 풀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엄빠는 “금순이의 몸에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며 “불에 달궈진 뜬장에 발바닥도 탔고, 모유를 먹이느라 부은 가슴도 화상을 입었다”고 금순이의 당시 상태를 설명했다.

유엄빠 측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금순이의 털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피부 곳곳에는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목줄을 한 곳의 피부는 다 벗겨져 있었다. 검사 결과 간수치도 높게 나왔다.

유엄빠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강인하게 새끼들을 지켜낸 어린 엄마에게 ‘금같이 귀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 ‘금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이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새끼 낳는 노예로 취급받던 미천하고 비참한 백구의 삶. 불길 속에서 새끼들을 지켜낸 금순이의 용기와 모성이 헛되지 않도록 금순이의 앞날을 함께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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