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잿더미 된 용담사…밤사이 국가유산 또 소실

27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의 한 마을 집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타 무너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동시 산불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는 사상 최대 규모의 화마에 국가유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최근 발생한 산불로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 규모는 국가지정유산 11건, 시도지정유산 7건 등 총 18건이다. 전날 오후 5시에 발표한 누적 피해 현황 15건보다 3건이 늘었다. 주로 안동, 의성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26일 밤사이 화마를 피하지 못한 국가유산은 안동 용담사의 무량전과 금정암 화엄강당, 그리고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이다.

2015년에 촬영된 용담사 무량전. 지난 26일 밤사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전소됐다. [국가유산청]


화마로 사라진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소속의 용담사는 664년(신라 문무왕 4년)에 세워졌고 1574년(조선 선조 7년)에 한차례 고쳐 지어진 소박한 사찰이다. 오랜 세월을 견뎌내면서 다른 건물들은 없어지고 무량전과 요사채, 근래에 세운 대웅전만 남았는데, 이 중 경북도 문화유산자료인 무량전이 이번 화재로 전소됐다. 용담사 남쪽 800m 지점의 금학산 중턱에 위치한 또 다른 경북도 문화유산자료인 금정암 화엄강당도 불 타 사라졌다. 이곳은 안동 사람들이 복을 비는 장소였다.

다행히 화재에 대비해 경북도는 용담사 소재 비지정 문화유산인 불상 4점과 탱화 5점, 금정암 소재 불상 3점과 탱화 5점, 기타 문화재 6점을 안동 세계유교문화박물관으로 옮긴 상태다.

27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방하리 산불 현장에 50사단과 2신속대응사단 장병 240여명이 산불 진화 지원작전에 나서고 있다. [연합]


경북 의성 관덕동의 3층 석탑과 함께 있는 불상인 석조보살좌상도 불길을 피하지 못하면서 전소됐다. 높이 98㎝의 불상으로 8세기 신라시대의 뛰어난 조각 솜씨를 보여주는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 위기 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심각’ 수준으로 격상된 가운데,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문화유산돌봄센터·안전경비원 등 750여 명이 현장에서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 달성군 함박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면서, 국가유산청은 발화점 인근에 위치한 보물 용연사 금강계단에 황급히 방염포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보물과 시도유형문화유산 등 유물 23건(1566점)이 다른 안전 지역으로 이송됐다.

26일 대구 달성군 함박산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방염포가 설치된 보물 용연사 금강계단.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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