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예년보다 적은 비 예상돼 ‘노심초사’
전문가들 “온난화로 위험 증가” 비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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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산불에 모두 타 흔적만 남아 있는 가운데 스님이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의성=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영남지역을 집어삼켰던 초대형 산불의 진화율이 밤사이 크게 올랐다. 적은 양이지만 산불 지역 곳곳에 비가 내렸고, 바람도 잦아져 진화 작업에 속도가 붙은 덕분이다. 일주일 만에 산불의 기세가 꺾이고 있지만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8일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를 기준으로 경북 지역의 산불 평균 진화율은 85%까지 올랐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경북 의성군 지역의 진화율도 95%를 기록해 진화는 머지않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1㎜ 안팎의 적은 양이지만 지난 밤사이 내린 비가 산불 번지는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풍속도 초속 2∼3m 수준으로 느려져 확산세를 저지했다.
다만 주불을 완전히 진화하지 못했고 숨은 잔불과 강풍이라는 변수도 남아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습도가 높고 밤사이 불이 난 지역에 비가 조금이나마 내리면서 의성과 안동은 큰 불길이 잡혔다”면서도 “주불이 진화됐다고 볼 수는 없고, 오늘 오후 바람이 분다면 (의성과 안동에서도) 다시 불길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4월 초까지도 고온건조한 날씨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한반도 남쪽에는 고기압, 북쪽에는 저기압이 위치한 ‘남고북저형 기압계’가 계속돼, 앞으로도 강하고 건조한 서풍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새벽 영덕 등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겠지만 이후 당분간은 비다운 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일(29일)부터는 건조한 바람이 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4월은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릴 확률도 높다. 기상청 최신 3개월 전망에 따르면 4월 강수량은 평년(70.3∼99.3㎜)보다 적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많을 확률이 20%로 추산됐다.
기상청은 열대 중·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고, 봄철 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가 활발히 일어나면 우리나라 남쪽에 저기압성 순환이 잘 발달하는 점을 4월 예상 강수량이 적을 것이라 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남쪽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 북동풍이 불어,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수증기가 유입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상황을 해결할 수는 있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산불 발생 빈도나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매년 온도가 올라가면서 실효습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산불이 광범위해지는 경향도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5월 발간한 ‘대형산불의 증가,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작은 불씨를 대형산불로 확대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초목을 건조하게 해 불이 붙을 수 있는 요건과 대형화로 확대할 환경을 조성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구온난화와 산불 위험 지수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 소장은 “화재공학적 측면에서 산불은 기후변화보다도 실효습도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산불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 목재나 낙엽 등 연료의 실효습도를 살피면서 산불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