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각은 않고 앵무새만 생각 화나”
JTBC ‘사건반장’에 전단지 사진 찍어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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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낸 세대 주인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인 ‘앵무새 실종’ 전단지. [JTBC ‘사건반장’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주민 수십명이 대피한 아파트 화재 사고에서 최초 불이 난 세대 주인이 아무런 사과도 없이 잃어버린 앵무새만 찾고 다녀 이웃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충북 진천 한 아파트 화재 사고 얘기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이 화재로 주민 6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불은 빨리 진압 됐지만 주민들은 한동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불을 낸 집 주인은 엘리베이터 안에 ‘앵무새 실종’ 전단지를 붙여 이웃들의 화를 돋우었다.
이에 한 이웃이 해당 전단지를 사진으로 찍어 방송사에 제보까지 했다.
제보자 A씨는 “소방대원이 왔을 때 불난 집주인이 ‘앵무새 두 마리를 좀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들었다”며 “한 마리는 찾아온 걸 봤는데 주인이 나머지 한 마리를 찾지 못하자 아파트 1층에 이런 글을 붙였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흰 종이에는 ‘앵무새 실종!’이라는 제목으로 앵무새 사진과 함께 앵무새의 이름, 실종일, 실종 장소, 특징, 주인의 연락처가 쓰여있었다. 특징으로 “잘 날아다니고 사람 손을 무서워 해요. 참새보다 조금 커요”라고 적혀 본인이 키우는 앵무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 전단지에는 같은 동 이웃 세대가 쓴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메모지가 붙었다. 메모지에는 “지금 불난 건 참 안타깝다. 모두 한마음이다. 그렇지만 저희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때문에 특히 고층 사는 분들이 힘들어하는 와중에 양해보다는 앵무새라니. 첫날 소방관님께도 앵무새 찾으시더니 여러모로 정말 속상하다”라고 항의 글이 적혀 있었다.
A 씨는 “앵무새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불 내놓고 다음 날 아파트 1층에 저런 걸 붙인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며 “화재로 엘리베이터도 못 쓰고 있고 아이들은 트라우마 생겨서 밤에 잠도 깨는데 주민들 생각은 하지 않고 앵무새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후 불을 낸 세대 주민은 앵무새 실종 전단을 떼고 “화재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못 쓰게 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