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병간호 했는데”…‘사실혼’ 남편 죽자 “집 나가라” 한 전처 자식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오래 전 사별한 남성과 10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며 병간호까지 해 온 여성이 남편의 전처 자식들로부터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혼 후 인생 2막에 만난 남성과 10년을 함께 지내오다 무일푼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인 6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과거 3대 독자와 결혼해 아이를 못 낳았다는 이유로 30년 가까이 모진 시집살이를 견딘 A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상대는 오래 전 사별한 뒤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A씨는 늦게 만난 만큼, 혼인신고는 생략하고 한지붕 아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곧 상대가 병에 걸렸고,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A씨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도 그만두고 병간호를 했다고 한다.

사실상 남편을 잃은 A씨는 곧 또다른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남성의 전처 자녀들이 A씨를 찾아와 “혼인신고도 안 했으니 법적으로 아무 권리도 없다”며 “아버지 명의의 전셋집이니 정리하고 나가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는 간병하느라 모아놓은 재산도 없다며 실제 법적으로 권리가 없는 것인지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임수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의 경우, 10년 동안 함께 살며 경제적·정서적으로 의지하며 생활해왔고 주변 사람들도 두 사람을 부부로 인식했다면, 사실혼 관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현행법상 사실혼 배우자는 법적 상속권이 없어, A씨의 경우 남편의 재산에 대해 직접적인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고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A씨가 아닌 전혼 자녀들이 그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남편이 사망한 후 그 집은 남편의 자녀들이 소유하게 되며, 자녀들이 A씨에게 나가라고 요구할 경우 A씨는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A씨의 남편이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면, 전세보증금의 경우 사실혼 배우자가 상속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가 임대차 관계를 승계받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임차인에게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 상속인이 동일한 집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그 상속인과 공동으로 보증금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A씨 남편에게 전혼 자녀들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A씨와 남편만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혼 자녀들과 공동 상속인으로서 상속지분에 따라 임대차 관계를 승계받아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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