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부양하기엔 ‘역부족’ 평가도
KIWOOM 독일DAX ETF 3개월 16.9%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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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독일 하원)이 있는 라이히슈타크 건물의 큐폴라 앞에 독일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올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 가운데 우등생은 독일로 꼽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지수는는 연초 대비 10% 이상 급등하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는 연초보다 13.25% 올랐다. 지난 1월 20024.66 출발한 증시는 전날(현지시간) 22839.0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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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달리 올해 세계 주요 지수들의 성적표는 확연히 갈렸다. 미국의 대표지수는 부진한 반면 일본을 제외한 비(非)미국 국가 증시가 선방했다. 연초 대비 유로스톡스50은 9.32%, 코스피는 8.68%, 상해 종합지수는 3.41% 올랐다. 반면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전날까지 2.66%, 7.66% 하락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도 3.83% 하락했다.
독일 시장의 강세 배경으로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유럽연합(EU)의 국방비 증액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SAP 등 전통적인 IT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이다.
독일은 지난 21일 상원에서 인프라 특별기금 편성과 국방비에 대한 재정 준칙 예외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정부의 신규 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로 묶여있었지만 이를 해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12년간 연간 416억 유로(총 5000억 유로)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졌다. 국방비의 경우 현재 GDP 대비 2% 안팎에서 3.5%로 늘릴 경우 연간 1500억 유로를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요구 이후 EU가 3월 유로존 재무장 계획을 통해 국방비에 한해 재정 준칙 적용을 유예한 데 따른 결정이다.
유럽의 확대 재정 정책에 독일을 비롯한 EU의 GDP 선장률 전망치도 덩달아 상향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올해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0.0%에서 0.2%로, 내년은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의 성장에 따라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는 0.1%p 높인 0.8%, 내년에는 0.2%p 올린 1.3%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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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SAP코리아 ‘비즈니스 언리시드’ 간담회에서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하고 있다. [SAP코리아 제공] |
독일의 IT 소프트웨어 기업의 굴기도 재조명되고 있다. ERP(전사 자원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기술 결합으로 상승 동력을 확보했다. SAP는 최근 유럽증시에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시총 1위를 탈환했다.
SAP의 전사 자원관리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한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현대, KT 등이 SAP의 ERP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 밸리가 주도한 AI 혁신에서 SAP는 팔린티어, 오라클 등에 밀려 투자자들의 관심밖에 있었지만 AI 도입에 성공하면서 주목 받았다. 특히 30년 업력으로 쌓인 고객사 데이터와 노하우를 클라우드, AI 기술과 접목이 가능해지면서 IT 소프트웨어 기업의 ‘숨은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 국가들이 재정정책 확대에 나서면서 유럽 증시가 탄력을 받았지만 독일만큼 잘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만큼 탄탄한 재정 건정성을 갖추지 못해 나랏돈을 풀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로존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정적자 GDP 대비 3% 이내, 국가부채 GDP 대비 60% 이내로 제한하는 EU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도 이를 지키지 못해 지난해 6월 EU로부터 재정적자 시정 절차 경고를 받기도 했다.
독일이 국방비 증액에 더해 인프라 투자 확대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그동안 유지해 온 보수적인 재정운용 기조 덕분인 셈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자체의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는 유의미하지만,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들은 국방비 외 재정지출 여력이 부족해 전반적인 재정 훈풍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유럽증시 전체보다는 독일에 핀셋 투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 DAX를 직접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KIWOOM 독일 DAX’ 가 유일하다. 3개월 수익률은 16.9%에 이른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올해 들어 불확실성 과 경기 우려로 불안한 미국 증시를 유럽이 아웃 퍼폼하고, 독일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4년간 6500억 유로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EU 경제의 24%를 차지하는 독일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재무장 계획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일의 순수한 국방예산 지출은 GDP의 2% 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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