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아무도 못 피했다…동맹국, 미국에 잇단 보복 시사

한일 등 선제투자국도 예외없어

캐나다 “미국과 관계 끝났다”

글로벌 무역전쟁 전방위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관세 25% 부과를 공식화하자 동맹국들이 보복조치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통상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친(親)트럼프 행보를 시도했던 국가들마저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하게 되자 “미국이 ‘당근 없이 채찍’만 휘두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인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맞불 관세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국제사회가 끝없는 관세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관련기사 3·5면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끝났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깊은 경제 통합과 긴밀한 안보 및 군사 협력을 바탕으로 했던 미국과 오래된 관계는 이제 끝났다”며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협상을 통해 일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 [로이터]

그는 “우리 노동자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최대한 영향을 주고 캐나다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보복 조치로 맞서 싸울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카니 총리는 내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의 윤곽이 드러난 후 종합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일련의 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이를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일주일 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방미 중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협상도 해보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미국이 EU을 향해 4월2일 상호관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면서다.

앞서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협상 시간 확보’를 이유로 당초 내달 1일 시행할 예정이던 대미 보복관세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한 달여 만에 다시 회동했지만 이번에도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로이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EU 집행위원장은 “EU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 대행도 “EU가 이번 관세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부과됐을 때도,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동맹국 태도가 더욱 강해진 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시도해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NYT는 “미국은 오랫동안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기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제는 많은 전문가들이 ‘당근 없는 채찍만 남았다’고 평가한다”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시도했던 국가들도 자동차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멕시코 전국자동차부품산업협회의 프란시스코 곤살레스 전무는 “이번 자동 관세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주멕시코 미국대사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당근을 내민 국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선제적으로 대미 투자 발표를 하고,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나선 국가도 똑같이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됐다.

NYT는 한국의 현대차 및 일본의 대미 투자, 멕시코의 국경 강화 등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우려하는 관세를 막기에는 그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국가들은 자동차 관세 면제가 중요했다”며 NYT는 “최근 몇 년간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 브랜드 자동차들은 중국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더 미국 시장에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결국 그것(대미 투자)은 영향을 주지 못한 듯하다”고 전했다.

내달 2일 상호 관세까지 예고되면서 미국과 동맹국 간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NYT는 “자동차 관세는 미국과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 모두에게 위협이며, 전 세계 무역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관세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물가 상승, 미국과의 안보 협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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