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당, 예비비 삭감 사과해야”
산불 추경 실무협의는 감감무소식
여야가 영남 지역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에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 및 이재민 지원에 쓰일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편성하는 문제를 놓고 진전 없는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제10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이 현장안에서도 국민의힘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마치 예산이 삭감돼서,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예산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이미 있다”고 주장했다. 각 부처가 보유 중인 예비비 9700억원과 올해 예산안에 담긴 예비비 2조4000억원 전액, 국고채무부담 1조5000억원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이 대표는 “막대한 예산을 한 푼도 안 쓰면서 마치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못 세우는 것처럼 국민 상대로 거짓말을 하나”라며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고, 국민을 상대로 아픈 분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앞서 제안한 약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에 포함된 소비 진작 예산 중 9000억원 상당을 산불·홍수·가뭄 대책비로 편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헬기 확충이나 소방장비 확충은 예비비로 못한다. 추경을 통해서 하자”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한 ‘예비비 삭감 책임론’에 대한 반박이다. 이번 책임론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삭감한 재난대응예비비 2조원을 이번 추경에 포함해 국민 안전망을 복원하겠다”고 하면서 불이 붙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재난 대응 예산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며 사실 왜곡”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삭감된 예비비(약 2조3000억원)를 이번 추경에서 복원해, 산불 피해를 지원하고 하절기 풍수해 대비 예산으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가용 예산 규모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약 3000억원’과 차이가 크다. 국민의힘은 올해 예산안에 담긴 예비비 중 목적예비비(1조6000억원) 대부분이 고교무상교육 등 용처가 정해져 있어, 추경을 통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2025년 본예산에서 일방적으로 예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함께 재난 예비비 추가 편성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추경에 예비비를 편성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열 번째 추경인 2022년 1월 추경안에서 본예산 예비비 3조9000억원에서 1조원을 증액하는 안을 제시했고, 최종적으로는 6000억원이 증액된 선례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추경과 관련한 여야의 입씨름은 이번 주초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추경을 논의할 실무협의체는 가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복귀한 만큼 이르면 다음주 중 추경 논의를 위한 국정협의체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변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고가 나면 추경뿐만 아니라 원내지도부 간 모든 협상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에 따라서는 추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