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뜬다

무인도 배경 예능 방송 늘어나자
섬 매물 부동산·경매시장 등장↑
침체한 상업용 부동산 대안 ‘주목’
3.3㎡당 몇만~몇백만원으로 다양
“희소가치 있고 가격 낮아져 관심”


경남 고성군 삼산면 장치리 618 ‘목섬’의 모습 [고성군 제공]


#. A씨는 지난해 경남 고성군 삼산면 장치리에 있는 ‘목섬’을 매수했다. 이곳은 11시간 30분 간격으로 물이 차고 빠지는 ‘모세의 기적’ 현상이 발생해 하루의 절반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무인도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무인도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알아보다가, 내륙과 가까워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개인 소유의 섬을 찾아냈다. 현재는 경남 관광재단과 스타트업 벤처육성 협약을 맺고 이 섬을 결혼사진 촬영·글램핑·연수 공간 등으로 임대하며 활용할 계획이다. 2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총 12팀에 임대했고, 인원수에 따라 금액을 달리 받지만 하루 한 팀으로 제한했다. A씨는 향후 인근 다른 섬들로까지 사업을 확장해 플랫폼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무인도가 상업용 부동산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목개도’가 매물로 소개되는가 하면 ‘안싸우면 다행이야’ ‘솔로 지옥’ 등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남 진도군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여러 방송에서 무인도 촬영 모습이 늘어나서인지 섬 매매 문의가 꽤 있었다”며 “내륙에서 멀고 섬의 면적이 작을수록 전용면적 당 가격이 싸다. 가격은 전용면적 3.3㎡당 몇만 원에서 몇백만원까지 범위가 넓다”고 했다.

이어 “섬 매도 시 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토지의 지목과 용도·소유권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개인이 소유하는 섬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무인도 매물은 경매 시장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에 있는 ‘굴도’는 지난해 1월 감정평가액 8억4545만원으로 경매시장에 등장해 이후 4차례 유찰되며 최저가 3억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총 8만440㎡ (약 2만4333평)에 달하는 임야로, 계획관리지역·관광 개발진흥지구·제2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가능하고 선착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섬은 2009년부터 전라남도 신안군과 민간 업무협약을 맺고 고급 휴양단지 개발이 예정됐던 곳이나, 사업절차에 문제가 생기며 결국 경매시장까지 나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전문가는 섬의 가격이 감평가의 36%까지 떨어져 낙찰 후 새로운 관광 사업지로 개발됐을 때는 경제성이 좋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현재 경매시장 추세가 싼 매물에 쏠려있다.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일단 임야나 대지를 싸게 낙찰받아서 건축물을 올리거나 사업을 진행해 보려는 수요가 꽤 있다”며 “특히 무인도는 일반 대지나 임야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고, 경매에 나온 물건은 개발 허가권 등이 검증된 상태가 많고 유찰을 거듭하며 가격이 낮아져 사업자들의 투자 관심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말 제정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 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육지에서 50km 이상 떨어진 ‘먼섬’에 대한 지원과 정주 여건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먼섬을 기존 34곳에서 43곳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시행령도 마련해, 기존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무인도에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땅과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매 지표는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토지개발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축행위가 가능한 나대지의 인기가 시들한 상황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시장에 나온 전국 임야 낙찰률은 19.5%로 전년 동월대비(25.3%) 약 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월도 1553건 중 284건만 매각되며 낙찰률 18.3%에 그쳐 지난해 말부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기존 상업용 부동산의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며 섬과 같은 특수 물건들이 차차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가와 토지 등 기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끝나간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매로 나오는 매물만 늘고, 건물주가 임대인의 이자를 대신 내줘야 하는 상황도 초래될 것”이라며 “결국 대체재 격으로 복잡한 권리관계 해소로 높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섬과 같은 특수 물건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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