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 패닉…“연간비용 1100억달러, 중국만 득볼 것” [관세전쟁]

업계 “트럼프 25% 관세, 최악의 시나리오”

차값 뛰고 판매량 급감 경쟁력 약화 초래

중국 전기차 반사이익, 기술혁신 가속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발표하면서 북미와 유럽의 주식 시장이 동반 하락했고,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완성차 업체 토요타의 대리점, 현대자동차의 대리점과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소재 쉐보레 대리점[AFP·로이터]

“우리 모두 자동차 관세에 따른 피해에 한 배를 탔다. (유럽 완성차 업체 고위 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25%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패닉’에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부담할 비용이 연간 1100억달러(약 161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빠진 반면, 중국 전기차 업계는 이번 관세폭탄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쟁업체의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각국의 전기차 전환 정책 후퇴로 상대적인 기술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값 최대 1만달러 오르고 판매량 300만대까지 감소”…미국 빅3 자동차 주가 일제 하락=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관세에 따른 비용상승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투자사 번스타인은 “관세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에 연간 최대 110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업계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이번 관세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를 내놨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심화하는 무역전쟁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이라는 업계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예고돼 있고 핵심부품 등에 대한 관세가 추가되면 “북미 바깥에서 수입된 차량에 대한 관세가 총 40% 또는 50%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날 미 자동차 3대 제조사 ‘빅3’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명목으로 예고한 자동차 관세가 오히려 미국을 대표하는 차량 제조사 빅3 주가에 모두 타격을 준 셈이다.

미 최대 차량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 주가는 전장보다 7.36% 급락했다. 포드도 이날 3.88% 하락했고,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도 1.25% 떨어졌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에도 일괄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서 피해는 가중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일부 차량의 가격이 최대 1만달러(약 1466만원)까지 오를 수 있으며 미국에서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590만대의 5분의 1 수준인 300만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자동차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관세가 발효되면 공급망의 혼란으로 인해 4월 중순까지 북미 지역의 차량 생산이 중단돼 미국 공장의 생산 차량이 하루 2만대 정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관세 여파로 늘어난 자동차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FT는 “멕시코에 중간급 차량 생산 공장을 둔 업체들은 이미 미국 시장이 아닌 중앙아메리카 시장으로 판매를 돌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 혼란 틈타 중국 EV산업은 이득…“중국이 도로 지배하는 미래 길터”=이번 관세로 자동차 업계의 제품 가격들이 오르면 저렴한 제품과 최첨단 전기차(EV)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FT는 “자동차 관세로 인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기술 혁신을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자동차 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제한된 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혁신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YD는 최근 주행거리 470km를 5분만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인 ‘수퍼 e플랫폼’을 선보였고, 최신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신의 눈(God’s Eye)’을 공개한 바 있다.

BYD의 주가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27일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BYD 주가는 이날 386.5위안으로, 전날 대비 2.79% 올랐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미미해 직접 타격을 받지 않는데다 이미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T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거의 없지만, 관세로 인한 미국과 유럽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도 “중국이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며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 자동차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전기화 추세에 한참 뒤처져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이외의 공급망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중국이 도로를 지배하는 미래를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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