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화롭던 마을이 쑥대밭으로…그리운 사진 속 풍경 [세상&]

화마가 삼킨 영덕 관광 명소
집은 무너지고 바위는 그을려
주민들은 배로 필사의 탈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의 마을. 이곳은 ‘블로로드 B코스’가 지나는 영덕 대표 트래킹 코스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했지만 지난 25일 산불로 마을 전체가 전소됐다. [독자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엿새째 이어지는 경북 산불이 영덕 대표 절경인 ‘따개비마을’을 집어삼켰다. 따개비마을은 바닷가에 인접한 푸른 언덕 위로 6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던 작은 마을이다. 그 앞을 지나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도 영덕의 대표 트래킹 코스로 입소문을 타던 곳이다. 지금은 폭격이 휩쓴 전쟁터처럼 변했다.

2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에 산불이 휩쓸고 간 뒤 주택 곳곳이 불에 타 내려앉았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지난 25일 밤 촬영된 따개비마을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했다. 의성에서 점차 넘어온 불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마을 주민들은 생필품을 챙길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당시 대피할 육로조차 막혀 배를 타고 급박하게 탈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진압된 후 마을은 폭격을 맞은 모습으로 남았다. 집은 뜨거운 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마을을 감싸던 바위도 검게 탄 채 남아있었다. 주민들이 다니던 좁은 골목길엔 철재 지붕이나 깨진 유리가 나뒹굴었다. 난간도 파손된 상태였다.

2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에 산불이 휩쓸고 간 뒤 주택 곳곳이 불에 타 내려앉았다. [연합]


따개비마을이 위치한 영덕 석리는 새 원자력 발전소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곳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신규 원전 사업인 영덕 천지1·2호기 유력 후보지다.

지난 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10년 만에 신규 원전 건립 방안이 소개됐다. 건립 방안에 따르면 석리는 주민동의율이 높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따개비마을은 국내 내륙의 첫 해안 둘레길인 ‘영덕 블루로드’의 중심이 되는 코스로도 주목받았다. 영덕군은 ‘블루로드’ 조성을 위해 ‘블루로드 사업단’을 출범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왔지만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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