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중시한 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안할 것”

한미 FTA 설계한 前 미국 APEC 대사

커트 통 더아시아그룹(TAG) 매니징 파트너 인터뷰

 

커트 통 디 아시아 그룹(TAG) 매니징 파트너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회의적이며, 정치적으로 빠른 승리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시간이 많이 걸리는 FTA 재협상을 추진한다면 충격일 것입니다.”

커트 통(Kurt Tong) 미 전략자문 컨설팅업체 더아시아그룹(TAG) 매니징 파트너는 지난 2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오는 4월 2일 발효되는 상호관세 이후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일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정조준하고 있는데다, 한미 FTA 재협상은 미 의회를 거쳐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트럼프, 빠른 정치적 승리 원해…의회 동의 필요한 FTA 재협상 없을 것, 韓 대미투자 더 늘려야

통 파트너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일한 ‘외교통’이다. 과거 한미 FTA 설계에 참여했던 그는 “한국이 무역 틀을 보장받기 위해 FTA 체결 당시 많은 양보를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FTA가 존재해도 한국이 관세 폭격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 파트너는 미국과 교역에서 지속적으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들인 ‘더티 15’에 한국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부과일에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집중해야한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점을 협상 테이블에서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통 파트너는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도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발판으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은 통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커트 통 디 아시아 그룹(TAG) 매니징 파트너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팔짱을 끼며 미소짓고 있다. 이상섭 기자

-트럼프 정부가 4월 2일 예고한 상호관세에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보나.

한국도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더티 15’ 국가에 포함돼 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한미 FTA가 존재한다고 해도 관세를 피하긴 힘들 것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불합리한 수준의 고관세를 부과한다면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한국 입장에선 보복 대응도 고민해야 할 수 있다. 다만 부과된 관세율이 합리적인 수준일 땐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최선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있다면.

한국은 상호 관세보다 품목별 관세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한국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배경에 핵심 사업 기업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약속하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맨투맨(man-to-man)’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감안해 그와 직접 협상테이블에서 만나야 한다. 이전 행정부에선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가 진전됐지만 이제는 다르다. FTA 등 과거 한미 관계에서 세운 합의를 트럼프가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다가가선 안 된다. 지나치게 대립적이지 않되, 양국이 이익이 될 수 있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FTA 개정, 부분협정, 파기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FTA에 회의적이라서 이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한다면 충격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빠르고 큰 승리를 원하는 인물이다. FTA 재협상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대중에게 이 과정을 이해시키는 것도 매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미 의회의 동의도 구해야하는데, 양당이 첨예하게 분열된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FTA 재협상은 더더욱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보조금을 없애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보단 관세라는 ‘벌금(penalty)’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2 반도체법’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듯이 미국 기업들과 지역들도 혜택을 받고 있어 상당 부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조선업에 대해 언급을 자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원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쇠락한 상태다. 미국항을 오가는 선박들이 다른 국가에서 건조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약성을 느끼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일본이 미국에 대규모 조선소를 설립하는 것이 ‘힘든 일(heavy lifting)’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할 수도 있어 살펴볼 가치가 있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APEC의 핵심 주제와는 맞지 않다. APEC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를 목표로 하는 반면, 트럼프는 공정성을 중요시하며 다자적 성격보단 양자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미국이 APEC을 통해 큰 정책적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는 참석할 것으로 본다.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는 강력한 경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한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 주석이 이번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접촉을 위해 행사에 나타날 수 있다.

커트 통(Kurt Tong)은 누구?

커트 통(Kurt Tong) 더아시아그룹(TAG) 매니징 파트너는 동아시아 외교 및 경제 분야 전문가이다. 통 파트너는 미국 정부에서 외교관으로 30년 일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주(州) 홍콩·마카오 미국 총영사로 재직했으며,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사무국 한국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북한과의 6자회담에 참여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경제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설계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미국 APEC 대사로 일했다. 통 파트너는 현재 TAG에서 일본, 중국, 홍콩 및 동아시아 지역 정책 문제에 초점을 맞춘 컨설팅 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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