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대한제강 등도 ‘가동중단’
“한계 원가 이하로, 팔수록 적자”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여파로 철강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철근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제철이 다음 달부터 인천 철근공장에 대한 전면 셧다운에 들어간다. 동국제강 등 주요기업이 철강 생산 일시 중단에 나서는 등 업계가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수급 불균형 조절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체를 4월부터 한 달 동안 전면 셧다운한다. 철근공장 전체 생산라인을 전면 멈춰 세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단순한 정기 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은 이번 셧다운을 통해 봉형강 시장 가격을 안정화하고, 적자 누적 상황을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철근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봉강으로, 요철 유무에 따라 원형철근(표면에 돌기가 없는 철근)과 이형철근(돌기가 있는 철근)으로 구분된다.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에서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도 각각 150만톤과 200만톤 규모에 달한다. 통상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 시즌은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근 수요량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건설 불황 여파가 다른 산업군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이다.
동국제강 역시 3월 31일까지 생산한 철근을 팔지 않겠다고 유통사에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에도 자체적으로 정한 최저 가격(톤당 75만원선)으로 가격이 웃돌지 않으면 출하 금지를 고수할 방침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17일부터 20일까지 현장에서 철근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 가동률을 50% 이하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한제강도 3월 말까지 건설 및 유통향 일반 철근 출하 중단을 선언했고, 한국철강과 환영철강 등 중견 철강업체도 15일부터 철근 공장에 대한 비가동에 나섰다. 다음 달에도 전체 생산량 대비 절반 정도만 공장을 돌릴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철근이 유통되는 가격은 원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한계원가(생산마진을 감안했을 때 수익이 나는 구간) 이하 가격대로 제품 가격이 형성되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어쩔 수 없는 특단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봉강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관세정책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해외 철강 수출 또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내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재 수요가 감소했다”며 “중소중견 철강업체는 폐업을 결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건설용 철강재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현대제철까지 직접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시행하는 등 극한의 원가 절감 방안을 시행 중이다. 전날부터는 만 50세(75년생) 이상 일반직, 연구직,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