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미래 없어” “외롭다”
삶의 만족도 4점대…가족·친구와도 2주간 소통 끊겨
70% “현재 생활 벗어나고파”…탈고립·은둔 시도도
![]() |
고립·은둔 청소년 이미지 [챗GPT를 이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이 만 18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면서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대다수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삶의 만족도는 낮았으며 심리·정서적으로 불안정했다.
고립·은둔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현재의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등 회복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40% 가량이 ‘힘들고 지쳐서’ 등의 이유로 재고립·은둔을 선택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의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된 첫 전국 조사다.
연구진이 지난해 1~10월 동안 전국 청소년(9~24세) 1만916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4.76점(10점 척도)으로, 비해당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7.35점)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
고립·은둔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의 양 [여성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
이들의 사회적 교류 양도 비해당 청소년보다 적었다. 고립·은둔 청소년들 중 ‘지난 2주 동안 가족·친척 또는 친구·지인과 대화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8.3%, 5.6%로, 비해당군의 1.9%, 0.8%보다 높았다.
고립·은둔 청소년 2139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중 대다수(72.3%)가 만 18세 이하에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을 시작한 이유로는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65.5%)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공부/학업 관련 어려움’(48.1%), ‘진로/직업 관련’(36.8%), ‘가족관계’(34.3%), ‘폭력 경험’(24.7%), ‘건강 상의 어려움’(16.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이 17.1%로 가장 많았다. ‘1년 이상∼2년 미만’(16.7%), ‘6개월 이상∼1년 미만’(16.6%), ‘3년 이상’(15.4%) 등이 뒤를 이었다.
![]() |
고립·은둔 청소년의 재고립·은둔 경험 [여성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
재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40%에 육박했다. 이번이 처음 은둔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39.7%의 청소년이 재고립·은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립·은둔의 이유로는 ‘힘들고 지쳐서’가 30.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17.4%),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는데 효과가 없어서’(12.6%), ‘의논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9.0%) 등의 순이었다.
![]() |
고립·은둔 청소년 [챗GPT를 이용해 제작] |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6명(62.5%)은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겪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세부 항목별로 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됨’(68.8%),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음’(63.1%), ‘외로움’(52.7%),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움’(50.2%) 등이 있었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7명(71.7%)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으며, 절반 이상(55.8%)은 고립·은둔 생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을 벗어나기 위해 주로 한 구체적인 시도로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했음’(52.6%)과 ‘취미활동을 했음’(50.6%)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인터넷에 검색함’(35.6%), ‘심리상담을 받음’(34.1%),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음’(30.3%), ‘가족이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함’(17.9%) 등의 순이었다.
도움을 받은 경험이 없는 주된 이유는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아서’가 50.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을 모르거나(20.2%) 비용 부담을 느껴서(8.0%) 또는 도움 받을 만한 지원 기관이 없어서(6.3%) 도움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 |
고립·은둔 청소년의 회복 의지 및 회복을 위해 필요한 도움 [여성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
이들은 탈(脫)고립·은둔을 위해 필요한 도움으로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일상생활 회복 지원’(70.0%) 등을 꼽았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청소년들이 심리적·사회적 관계를 조기에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면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고립·은둔 청소년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원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