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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 장례식장에서 경북 의성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희생된 박현우(73) 기장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북 의성에서 산불을 진화하다가 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박현우(73) 기장의 발인이 29일 엄수됐다.
박 기장은 이날 경기도 김포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발인식에서 유족과 지인들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빈소에서 환송 예배를 드린 유족과 20여 명의 지인들은 박 기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안치실에서 나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영정 사진을 든 박 기장의 아들은 아버지를 향한 묵념을 하다가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오열했다. 아내 장광자(71)씨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궂은일 하느라 수고 많았고 사랑한다”며 “가족들과 늘 추억하고 감사하며 살 테니 천국에서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30년 지기인 신상범(73)씨는 “성실의 아이콘과 같던 고인은 연기가 가득한 산불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에 올랐다”며 “부디 편히 쉬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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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박현우 기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은 박 기장의 손주인 최루빈(11)군이 할아버지에게 직접 쓴 편지. <연합뉴스> |
박 기장의 손자도 정성스러운 손편지로 할아버지를 추모했다. 할머니 가방에 붙은 손자의 편지에는 “제 할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지만, 천국에서 저를 항상 지켜봐 주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인 박 기장은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오랜 기간 복무하다가 전역 후 임차업체에 재취업했다. 석유 시추와 방재 작업,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 그는 비행 업무에 책임감이 강했고 바쁜 와중에도 살뜰히 가족을 챙겼다고 한다.
결혼한 지 45년이 넘었으나 아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애틋함을 보여 이번 사고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기장은 사고 전날인 지난 25일 오후 9시께 산불 진화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아내에게 연락해 평소처럼 안부를 묻고 ‘사랑해요. 여보’라고 전했다. 이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아내는 오열했다.
박 기장은 지난 26일 낮 12시 45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가 헬기가 추락해 숨졌다. 고인은 공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자로 인정돼 경기 이천 국립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