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산불’에도 갈라진 與野…예비비-내각 총탄핵 공방 [이런정치]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지원을 약속했던 정치권이 정작 여의도 국회에서 극한의 정쟁을 벌이고 있다. 피해 지원에 쓰일 예산 문제를 놓고서 때아닌 ‘예비비 진실공방’이 벌어진 데 이어, 야당발 ‘국무위원 총탄핵’ 시나리오에 여당이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 초선, 줄탄핵 경고…權 “내란음모·선동죄 고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데타를 선언한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과 쿠데타의 수괴 이재명과 김어준, 총 72명을 내란 음모죄,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 70명이 전날(28일) 발표한 ‘비상시국대응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긴급성명서’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30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재탄핵’ 방침을 밝힌 데 따른 대응이다. 초선 의원들은 권한대행 자리를 승계하게 될 국무위원 전원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을 경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헌재재판관 ‘9인 체제’ 구성을 압박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권 원내대표는 “이것은 의회 쿠데타다.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내란기도”라며 “형법 제91조 2항,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헌문란”이라고 했다. 또 “초선의원들의 의회 쿠데타 배후에는 이재명과 김어준이 있다. 김어준의 지령을 받고 이재명의 승인을 받아서 발표한 내란 음모”라고 주장했다.

고발은 31일 이뤄질 예정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형사고발과 별개로 “만약 줄탄핵이나 연쇄 탄핵이 실제로 실행돼 정부 기능이 마비된다고 하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에 위헌정당으로 해산 대상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아직 실행 들어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행 추이와 강도를 보고 대응은 그 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초선 의원 성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시민 대행진’에서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그렇지 않고 헌정 붕괴 상태를 지속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국회가 결단하고 민주당이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4조8천억이냐, 6천억이냐…산불 예산 진실 공방까지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와 권성동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고조되는 여야 대치는 산불 피해 지원 예산이 담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여야는 이번 추경안에 산불 피해 지원 예산을 반영하는 데 공감했지만, 증액 항목을 놓고 몇 차례 언쟁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에서 “지난해 민주당이 삭감한 재난대응예비비 2조원을 이번 추경에 포함해 국민 안전망을 복원하겠다(권 원내대표)”고 하자, “명백한 거짓말이며 사실 왜곡(허영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간사)” 등 반발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이미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비비 중 산불 피해 지원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 예산’ 규모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이 대표는 이 금액이 예비비 전액, 각 부처에 배정된 재난·재해 예비비, 국고채무부담을 모두 합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정부의 가용 예산은 예비비 중 사용처가 확정되지 않은 목적예비비(4000억원)와 각 부처의 가용 재난·재해비(1998억원)을 더한 ‘약 6000억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고교무상교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쓰일 목적예비비(약 9000억원)와 만 5세 무상보육을 위한 목적예비비(약 3000억원)를 제외한 수치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고교무상교육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점을 역으로 이용하며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합의 처리하고, 예산을 본예산에 추경으로 편성하자”며 “목적예비비 꼬리표를 떼내면 된다. 그러면 별도로 예비비를 증액하지 않아도 산불 대책 등 재난대책비로 사용할 수 있는 문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여야는 연금개혁안을 합의 처리함에 따라 추경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시기 등을 논의할 실무협상은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협의 일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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