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하고 살았지?” 공허했던 경단녀 명강사가 된 비결 [세상&]

조수연씨, 서울시50플러스재단 프로그램으로 재취업에 성공
“10년 경력 단절로 자존감 낮았는데 일 시작하고 활기 찾아”


조수연씨가 한 초등학교에서 코딩 강의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5살, 조금은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이듬해 첫딸을 낳고, 3년 후 둘째 딸을 낳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은 어떻게든 버텨가며 직장을 다녔다. 하지만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들이 좀 크면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계속 엄마 손이 필요했고 재취업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의 이야기다. 이후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결국 재취업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남느냐, 아니면 그럼에도 다시 일을 구하느냐다. 조수연(49)씨는 후자를 택한 경우다. 10년 이상 가정주부로만 살던 조씨는 어느 순간 공허함을 느꼈다.

조씨는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얘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대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내가 할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살았지. 내가 없네.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취업 사이트를 뒤졌지만 10년 이상 경력이 단절된 가정주부가 지원할 만한 직장은 마트 캐셔 정도 뿐이었다. 조씨는 “일반 사무직에 서류를 내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뭘 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걱정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조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40대를 위한 직업전환 프로그램 ‘KT AI코딩 공인강사 2급 과정‘이다. 둘째 딸이 중학생 시절 코딩 수업을 들었을 때 도와주려고 잠깐 경험해 본 코딩을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지원을 결심했다.

조씨는 “처음에는 코딩이 생소하고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교육을 받다 보니 이 분야가 얼마나 흥미롭고 실용적인지 깨닫게 되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고 자격증 취득으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조씨는 한 초등학교에 코딩 수업을 나갔다. 조씨는 “처음에는 너무나 떨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하지만 수업을 하나둘씩 해나가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가족들도 열심히 하는 조씨의 모습에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아이들과 소통도 더 편해졌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프로그램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조수연씨. 손인규 기자


조씨는 “그전에는 ‘밥 먹었니’ 정도의 일상적인 대화만 했는데 내가 학교로 수업을 나가다 보니 아이들과 얘기할 주제가 더 다양해졌다”며 “수업이 잘 안돼 속상해할 때면 딸들이 와서 위로도 해줘 힘이 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시 사회활동을 하면서 조씨는 활기를 되찾았다. 조씨는 “요새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 ‘지연 엄마, 요새 무슨 일 있어? 젊어진 거 같다’고 말한다”며 “아무래도 젊은 학생들과 지내다 보니 더 젊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코딩 강사로 활동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조씨는 더 큰 목표를 세웠다. 현재 한 대학교에서 창업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씨는 성인 대상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조씨는 “저도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했다”며 “서울시나 각 지자체에서 하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면 좋겠다. 그러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으면 자신감도 찾을 수 있고 저처럼 다시 직업을 구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중장년층(만 40~64세)의 은퇴 전후의 새로운 인생 준비와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 출자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 개발, 일자리모델 발굴 및 지원, 가치동행일자리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