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많이 외로워요!” 문을 걸어 잠근 아이, 어머니는 세상과 연결에 나섰다 [세상&]

고립·은둔 청소년 삶 지원 위한 토론회 개최
10명 중 7명 18세 전부터 ‘집콕’ 생활 시작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주기적 실태조사도”
사업의 연속성·전담 인력의 전문성 필수적
부모 지원책, 당사자 직접 참여도 확대돼야


고립·은둔 청소년 [챗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저 많이 외로워요. 친구 사귀고 싶어요.”

어린 시절 집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언어적·신체적 학대를 받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겪은 A씨. 그는 자신이 아끼던 반려동물마저 세상을 떠나자, 외로움과 상실감을 크게 느끼고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이를 걱정한 A씨의 어머니는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이후 A씨는 어머니와 같이 센터를 오가며 심리 상담 및 학습 지원을 받게 됐다. A씨는 현재 테니스 모임에 가입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등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A씨와 같은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찾아 세상과 재연결시키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삶의 실태 및 정책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은 앞서 발표됐던 연구원의 ‘2024년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지난 26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삶의 실태 및 정책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효정 기자.


먼저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소년을 최대한 빨리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 중 72.3%가 만 18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다고 집계됐기 때문이다. 만 12세 이전에 고립·은둔을 시작한 이들의 비율도 17%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홍일 박사는 “아동·청소년기에서부터 사회적 고립과 은둔의 위험을 맞닥뜨리게 되는 이들을 조기에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은둔 청소년을 발굴하기 위해 주기적인 실태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은 대구동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를 사후약방문처럼 대응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조기 발굴로 ‘예방’ 대책을 잘 세워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소년의 회복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7명(71.7%)이 현재의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회복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힘들고 지쳐서’ 등의 이유로 40%가 일상생활 복귀 후 재고립·은둔의 삶을 경험했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인 경우가 32.5%였다.

권혁도 경상남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의 연속성’과 ‘담당자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센터장은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우선적으로 전담 인력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더불어 충분한 예산과 여가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고립과 은둔에 대한 서비스가 단기적으로 설계되면 효과성이 떨어진다”면서 “고립·은둔 청소년들과 라포를 형성한 인력이나 그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기관이 오랫동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립·은둔 청소년 [챗GPT를 활용해 제작]


가구 단위의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고립·은둔 청소년들 중 부모와 조부모, 형제자매, 친척 등과 생활하는 경우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 만큼, 동거 가구원에 대한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가족(부모)은 고립·은둔 당사자뿐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당사자를 매일 접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적자원이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도 정책에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과거 5년의 은둔 경험이 있는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이사는 “고립·은둔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어느 기관에 용역을 주거나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은둔 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사업에서)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과 일관적 지원을 위한 법률 및 조례 제정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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