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에 수갑 채워 유학생 끌고갔다”…대낮 보스턴 한복판에서 무슨일?

미 국토안보부, 튀르키예 국적 박사과정생 체포

교내신문에 ‘친(親)팔레스타인 칼럼’ 기고 탓…친 이스라엘 단체 표적돼

‘사복차림’ 요원들 우르르 접근…일부는 복면 착용 ‘공분’

 

미국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흰색옷)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보스턴 길거리 한복판에서 미 국토안보부(HS) 소속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모습. [SNS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대학본부의 친(親)이스라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학내 신문에 게재한 튀르키예 국적의 미국 유학생이 이민당국에 체포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 길거리 한복판에서 미 국토안보부(HS) 소속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모습. [SNS 캡처]

지난 27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국토안보부(DHS) 소속 요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미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를 보스턴 인근 서머빌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체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보스턴 길거리 한복판에서 미 국토안보부(HS) 소속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모습. 영상에는 검은색 후드를 입고 복면을 걸친 DHS 요원들이 외즈튀르크에게 접근해 휴대폰을 강제로 뺏는 장면이 담겼다. [SNS 캡처]

해당 영상에는 검은색 후드가 달린 옷을 입고 모자를 쓴 DHS 요원들이 라마단 금식을 깨기 위해 이동 중이던 외즈튀르크에게 접근하고 있다. 뒤이어 여러 요원들이 외즈튀르크에게 접근해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요원들은 외즈튀르크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

영상에 나온 요원 6명 가운데 대부분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터프츠대의 수닐 쿠마르 총장은 이날 자정께 성명을 내고 “대학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듣지 못했고 대학 측이 당국에 정보를 공유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의 비자가 박탈됐다는 소식을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이 소식이 대학 구성원들, 특히 외국인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마르 총장은 체포된 학생의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학내 신문인 터프츠데일리는 체포된 학생이 이 대학에서 아동연구 및 인간발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즈튀르크라고 밝혔다.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 길거리 한복판에서 미 국토안보부(HS) 소속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모습. 영상을 보면 후드와 복면을 걸친 DHS 요원들이 하나둘 외즈튀르크에게 접근하고 있다. [SNS 캡처]

터프츠데일리에 따르면 튀르키예 출신인 외즈튀르크는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으로 컬럼비아대 사범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터프츠대의 ‘아동 TV 프로젝트’의 박사 연구조교로 근무하고 있다.

외즈튀르크는 전날 체포 직후 변호인을 통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구금 및 추방 시도가 부당하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대학본부의 친(親)이스라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학내 신문에 기재한 이민다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튀르키예 국적의 뤼메이사 외즈튀르크. [AP]

미 캘리포니아대학교어바인(UCI)의 이민 권리 전문 법학 교수인 애니 라이는 영상에 등장하는 요원들 중 일부는 법 집행 기관이나 정부 관계자임을 나타내는 배지나 조끼에 적힌 글 등 옷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상 속에선 요원들이 “우린 경찰이다(We are the police)”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소속은 밝히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라이 교수는 “영상 속 요원들이 DHS나 ICE 소속임을 말하지 않은 것이 우려스럽다. 위즈튀르크가 구금된 이유를 말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 속 요원들 중 대다수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점에 대해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갈 수 있다는 생각을 심게 한다”며 우려했다.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 길거리 한복판에서 미 국토안보부(HS) 소속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모습. 영상을 보면 후드와 복면을 걸친 DHS 요원 6명이 외즈튀르크에게 수갑을 채운 뒤 이송하고 있다. [SNS 캡처]

메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전날 사전 통지 없이 외즈튀르크를 매사추세츠주 바깥으로 이송하지 말 것을 ICE에 명령했다.

하지만 미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ICE가 외즈튀르크를 루이지애나주의 이민당국 구금시설로 이송했다면서, ICE가 이민당국이 사전 통지 없이 매사추세츠주 바깥으로 이송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이 뤼메이사 외즈튀르크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EPA]

외즈튀르크의 체포 사유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터프츠데일리는 외즈튀르크가 지난해 3월 터프츠데일리에 공동 저자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외즈튀르크 등은 해당 칼럼에서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학 커뮤니티조합 평의회 결의를 쿠마르 총장이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카나리아 미션’(Canary Mission)이라는 친이스라엘 단체는 외즈튀르크를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지지하고 반이스라엘 활동을 펼치는 인물로 공개 지목했다. 이 단체는 북미 대학 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촉발하는 발언들을 수집해 공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외즈튀르크가 체포된 뒤 루이지애나 시설에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 터프츠대 캠퍼스 인근에선 수백 명이 모여 외즈튀르크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 이민당국은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 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전력이 있거나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비판적인 공개 목소리를 낸 학생 또는 연구자를 잇따라 체포해 추방 절차를 밟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가자전쟁 반전시위에 참여한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모(21)씨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정씨의 신병 확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정씨를 추방하려는 노력을 일시 중단하라고 전날 미 당국에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칼릴 등 시위 참가자들이 반유대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 목표를 방해한다며 이들의 추방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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