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에 1000㎞ 떨어진 방콕이 ‘흔들’ 왜?…“약한 지반·빌딩 밀집”

연약한 충적토 위에 지반 자리잡아
지진파 속도 느려져 에너지 증폭
2009년 이전 방콕에 내진 기준 없어

태국 군인들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방콕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얀마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1000㎞ 떨어진 태국의 수도 방콕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위험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방콕마저 지진의 직격탄을 맞자 방콕 시민과 관광객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진 규모가 7.7의 강진이었고, 진원 깊이가 10㎞에 불과한 점 외에도 연약한 충적토 위에 자리잡은 방콕의 지반 구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방콕은 지반이 약해 이번 지진에 더 심하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반이 약하면 지진파 속도가 느려지며 에너지를 증폭시켜 피해가 커진다.

또 방콕은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어 저층 건물 위주인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등 다른 주요 도시는 방콕보다 진앙과 더 가깝지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방콕에서는 짜뚜짝 시장 인근 공사 중 30층 높이 빌딩이 무너져 사상자와 매몰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포함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방콕 내 사망자는 이날 기준 17명, 실종자는 83명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태국에서 건축 비용을 상승시키는 내진 설계가 일반화되지 않은 점도 거론된다.

2009년 이전에는 방콕시에 내진 관련 종합 안전 기준이 없었다고 크리스티안 말라가-우키타이페 런던 임페리얼대 교수는 BBC에 말했다.

이는 오래된 고층 건물은 특히 지진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몬 피만나스 태국 구조공학협회장은 태국 43개주에 내진 관련 규정이 있지만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0% 미만일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방콕의 연약한 토양이 지진의 지반운동을 3∼4배 증폭시켜 건물 붕괴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며 “그러나 철근 등 건축 자재 품질과 구조적 문제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건물은 태국보다 지진에 더 취약하다.

미얀마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지만, 내진 설계로 지어지는 건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언 왓킨슨 로얄홀로웨이대 교수는 “극심한 빈곤과 정치적 격변 속에서 미얀마는 지진에 따른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이는 내진설계 규정이 시행되지 않고 급경사지 등 지진 위험이 큰 곳에도 건축이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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