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 새 DX부문장 발표할 듯

스마트폰 수장 노태문 사장 유력 거론
임시주총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대표이사 가능
내주 초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전례없는 위기 속 ‘초스피드’ 인사 나올까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리더십 공백이 생긴 삼성전자가 다음주 초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전례없는 위기 속 갑작스런 비보까지 더해지며 조직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최대한 빠르게 한 전 부회장이 겸직했던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과 DA(생활가전) 사업부장의 후속 인사 논의에 나섰다.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노태문 사장이 ‘초스피드’ 인사를 통해 선임될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 사장급 인사나 ‘올드보이’가 귀환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인3역’ 故 한종희 부회장 후임 고심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한 전 부회장의 장례절차를 마치고 후임 인선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실적 부진에 미국의 관세정책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어 리더십 공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한 전 부회장은 DX부문장,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 1인 3역을 맡았다. 조직 내 책임과 역할이 막중했던 만큼, 그의 공백을 메울만한 적임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후임 DX부문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이다. 그는 2020년부터 MX사업부를 이끌며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MX사업부는 DX부문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기둥’이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삼성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스마트폰 개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기술통’이다. 갤럭시Z폴드 등 폴더블 제품의 대중화를 이뤄낸 주역이기도 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1월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 공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특히, 그는 현재 DX부문의 유일한 사내이사다. 이사회 의결만으로 대표이사 선임이 가능해 신속하게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노 사장이 DX부문장에 선임되는 ‘스피드’ 인사가 가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노 사장이 지금까지 생활가전이나 TV 등 다른 사업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DX부문장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사업을 모두 총괄해야 한다. MX사업부장이 DX부문장에 오른 사례가 드물기는 하다.

때문에 다른 계열사의 사장급 인사나 ‘올드보이’의 귀환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해당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다시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임시 주총을 연건 지난 2022년 11월이다. 당시 허은녕, 유명희 사외이사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만약 노 사장이 DX부문장으로 선임되면 연쇄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사장의 뒤를 이어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질 MX사업부장으로는 최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이 유력하다. 최 사장 역시 엔지니어 출신으로 노 사장을 뒷받침할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이 지난 28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기술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생활가전 사업 수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전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이재승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이후 DA사업부장을 겸임하며 생활가전 사업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애써왔다. 통상 개발팀장이 차기 사업부장으로 꼽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1971년생인 문종승 개발팀장(부사장)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올 1분기가 진짜 저점” 바닥 다지는 반도체


삼성전자는 오는 7~8일께 1분기 잠정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다.

전망은 좋지 않다. 최근 한달 간의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5조원 안팎이다. 전년 동기(6조6060억원)나 전 분기(6조4927억원)보다 26%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부진이 크다. 일부 증권사들은 DS부문이 1분기 손익분기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거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분기 적자로 돌아선다면,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2024년 1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스마트폰, PC 등 IT기기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도 겹쳐 주력 사업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실적이 여전히 부진하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부문도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AI 메모리 제품의 실적 기여도가 여전히 낮은 점도 치명적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또는 3분기에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1분기 HBM 매출을 전 분기보다 40% 감소한 2조7790억원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규제로 HBM 제품의 대중 직수출이 막히면서 중국 업체들의 ‘사재기’ 행렬이 지난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 내부에서도 올해 1분기가 바닥일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 따르면, DS부문 임원들은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 1분기 최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업황 개선과 기술력 회복으로 성장이 본궤도에 들어서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5조6035억원이다. 전방 IT 수요 회복 및 고객사의 레거시 메모리 재고 조정 마무리와 함께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객사의 재고조정 종료로 3월 말부터 정상 재고에 진입했고, 최근 D램, 낸드 공급이 수요 회복 속도를 크게 하회하며 고객사들의 긴급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 가능성 확대로 D램 제품의 믹스 개선과 공급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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